공부에 맺힌 「한풀이」공연붐|교사와 주부들의 노래극·연극 잇달아|풍자노래 싱얼롱 인기…대안없어 아쉬움 남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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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내가다니는 학교는 입시전쟁터/아침부터 저녁까지 숨도 못쉬고/자율학습 보충수업 끝없는 시험/그 속에서 배겨내기 어렵습니다/우리가 바라는 학교는 사랑의 교실/선생님과 학생들 하나 되고요/미운 아이 고운아이 따로 없어요/그런학교 다니기를 바란답니다.』17일 오후 민요연구회가 마련한 제4회 청소년 민요마당 『엄마와 선생님은 공부만 하래요』.
『고향의 봄』노래말을 완전히 바꿔 『내가 바라는학교』를 부르는 청소년들의 노랫소리가 서울동숭동 대학로에 메아리쳤다.
대학입시때문에 학교와 가정에서 비인간적으로 내몰리는 학생들의 현실을 고발·성토하는 이 자리에 모여든 관객은 7백여명의 청소년과 교사및 학부모들.
간단하게 차려진 고사상 앞에 나와 절하면서『지긋지긋한 시험좀 제발 덜보게 해주세요』등 저마다 소원을 빌고난 청소년들은 뒤이어 펼쳐진 촌극사이 사이에 「노가바 (노래 가사 바꿔부르기)」가 나올때마다 너나없이 목청껏 소리치며 그동안 공부에 시달린 한(?)을풀었다. 촌극 도중 교사가 『무조건 외어요, 외어. 외는것이 남는거예요.』하자 청소년들은 『정말 똑같다, 똑같애 ! 』하며 박장대소.
TV뉴스를 모방한 『서울시교육위원회는 최근 자살학생이 늘어나는 이유를 생활지도의 미비때문으로 보고 학생들의 생활지도를 강화하라고 각급학교에 시달했읍니다』라는 대목에서는 일제히 『우우- 물러가라 ! 』며 야유를 퍼부었다.
또 한차례 『내가』의 「노가바」이 세상에 입시있으니 지겨운 공부에 공부/우리 커닝의 자유없으니 남은 것은 낙방뿐이네/이내마음 다하도록 공부를 해도 남은 것은 낙방뿐이네/…내가 문교부장관이라면 대입시험 폐지하겠네』를 신나게 불렀다.
또 지난 16일에는 안양민요연구회가 노래극『시험없는 세상에 살고 싶어요』를 공연했다. 안양민요연구회에서 강습받은 교사와 학부모들이 함께 꾸민 이 노래극도 입시지옥을 조장하는 교사와 학부모들의 무분별한 교육열을 비판하는 내용.
『이번달은 성적 향상을 위한 교사·학생 총진군의 달』이라는 교사와 『밥먹고 오직 공부만 하라는데 그게 어렵니? 공부하기 싫으면 나가 죽어』라는 어머니에게 이 노래극은 『나를이해하기는 커녕 자신들의 욕심만 채우려는 욕심장이들』이라고 학생들을 대신해서 항의했다.
이처럼 교육현실을 비판하는 각종 공연들은 올들어 부쩍 잦아지는 추세. 충북 우리춤연구회가 자살한 여중생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입시지옥을 풍자한 창작무용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를 제1회 지역간 연합무용제전에서 첫선보인 이래 지난 2월의 민주교육추진 전국교사협의회의 교권기금 마련을 위한 무대등도 최근까지 전국 곳곳에서 공연되고있다.
연세대 총학생회도 지난2월 고교생과 함께하는 청송캠프에서 연극『난눈이 오면 한껏 나가놀고 싶은데…』를 공연했다. 또 5월에는 주부극회「둥우리」가 내신성적 올리기에 몰두하는 어머니의 치맛바람을 다룬 창작극『표류하는 너를 위하여』를 무대에 올려 관심을 모았으며 9월에 재공연할 예정.
이처럼 교육의 문제점은 노래·연극·무용등 다양한 형태로 활발히 제기되고 있으나 교육문제가 원래 그렇듯이 대체로 뚜렷하고 구체적인 대안이 따르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기고 있 다. <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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