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토' 망친 황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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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프장서 마스크 나눠줘=경기도 분당의 회사원 장동근(39)씨는 노는 토요일을 맞아 네 살짜리 아들과 함께 모처럼 인근 율동공원으로 가족 나들이를 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집을 나서는 순간 황사가 너무 심해 외출을 포기하고 하루 종일 집에서 보냈다. 가족 단위 외출이 줄어들면서 전체 나들이객이 줄었다. 서울 청계천은 2주 전보다 3만 명 적은 14만 명이 찾았고, 북한산 등산객도 2주 전보다 5000명 줄어든 1만 명 정도였다. 광주 무등산 관광객도 평소보다 30% 줄어들었다.

또한 경기도 하남시 캐슬렉스 골프장 등은 골프코스로 나가는 내장객들에게 마스크를 나눠 주기도 했다. 골프장 관계자는 "건강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한 손님들의 예약 취소 사태 등이 벌어져 긴급히 마스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도우미 박모씨는 "황사가 심할 때는 날아가는 공이 안 보일 정도"라고 말했다.

◆ 썰렁한 지역 축제=전남 영암의 왕인문화축제는 전날 40여만 명의 관광객이 몰렸으나 이날 절반 정도로 크게 줄어들었다.

경북의 '울진 대게 축제'(7~9일)도 타격을 입었다. 울진군은 당초 15만 명의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 축제장을 찾은 사람들은 10만 명을 밑도는 것으로 추산됐다.

◆ 동물들도 호흡기 질환=서울대공원 이길우 사육사는 "이날 황사 먼지를 막기 위해 우리를 청소하고 소독했지만 고릴라 한 마리와 오랑우탄 한 마리가 기침을 하고 콧물을 흘리는 등 호흡기 질환 증세를 보여 약을 투여했다"고 밝혔다. 서울대공원 측은 평소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야외전시장으로 내보내 관람시켰던 12종, 60여 마리의 원숭이 등 영장류를 이날은 하루 종일 실내에 가뒀다.

천창환.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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