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싸울까 말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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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결승 1국> ●탕웨이싱 9단 ○구쯔하오 9단

3보(29~41)= 좌하귀는 정석대로 차분하게 수순이 진행되고 있다. 정석(定石)은, 바둑에서 예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공격과 수비에 최선이라고 인정한 일정한 방식으로 돌을 놓는 수순을 말한다. 보통 정석을 고정불변의 절대 진리라고 생각하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유행하는 정석도, 기풍에 따라 선호하는 정석도 달라진다. 특히 인공지능(AI)이 등장한 뒤로는 정석 선택이 더욱 유연해지고 있다.

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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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하귀에 등장한 29~34는 요즘 잘 등장하지 않는, 옛날 정석. 최신 유행하는 모양은 아니지만, 현재의 배석 상황에 따라 흑백 모두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 여긴 것이다. 특히 백 입장에서는 하변에 응원군인 백 두 점이 버티고 있어서 32, 34로 자세를 잡으니 은근히 하변이 두터워졌다.

35는 예전에는 없었지만, 요즘 새롭게 등장한 수법. 흑이 35로 다가올 때, 백은 38, 40으로 좌변 돌들을 분가시켜야만 한다. 여기서 '참고도' 백1, 3으로 우직하게 흑돌을 따내는 것은, 좌변 흑집이 너무 커져서 바람직하지 않다.

참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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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하귀 백마를 둘로 찢어놓은 흑은 41로 경쾌하게 백의 두 점 머리를 때렸다. 백은 A로 끊어 싸우고 싶어서 손이 근질근질한 상황. 하지만 이렇게 되면 흑백이 뒤엉키는 난투극이 벌어질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과연 백의 다음 선택은 무엇일까.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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