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인제 폐기후의 정국전망 |거부권 몸살…파국까지는 안갈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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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증언·감정법등에 대한 거부권의 후유증으로 국회가 몸살을 앓고 있다.
18일 소집된 임시국회는 대통령의 거부권행사에 따라 국회로 환부된 2개 법률안의 재의요구안을 부결시킴으로써 야당이 마련했던 구인제는 폐기됐고 이에따라 야당은 내각해임건의라는 새로운 정치적 공격무기를 마련중이다.
야당 3김총재는 모두 국무총리와 전국무위원 또는 관계국무위원의 해임건의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만약 해임건의가 정식으로 국회에 제출되고 야당이 끝까지 강행하면 통과되게 마련이다.해임건의가 법적 구속력이 없다해도 정치적 구속력을 갖기 때문에 그 효과는 사실상 마찬가지다. 따라서 국무총리해임건의가 국회에 제출되고 통과까지 되면 국회공전은 물론 정국전체가 그야말로 냉각 상태로 급전직하할 것이 분명하다.
국회와 행정부의 관계는 급격히 악화되고 여야관계에는 긴장이 감돌게 될 것 같다.
때문에 민정당측은 해임건의의 제출을 가급적 저지하고 또 제출되더라도 강행처리되는 사태는 막아야 할 입장이다.
특위의 조속가동과 함께 국정감사법이라도 빨리 수정, 이번 회기안에 처리하자고 협상을 제안하고 있는 것도 정치적 긴장을 피해야 할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회는 국정감사법등에 대한 협상과 국무총리에 대한 해임건의 여부의 두극사이에서 큰 진폭으로 흔들리고 있는데 그 관건은 3야당이 쥐고 있는 셈이다.
이날 낮 3김회담을 앞두고 3김총재가 밝힌 입장은 다음과 같다.
▲김대중 평민당총재 = 우리3당은 국회가 5공유산을 청산하고 새로운 민주헌정 질서를 수립해 나가는데 앞장서야 한다는 국민적 여망에 따라 원활한 특위활동을 보장하고 효율적 국정감사·조사등을 위해 국정감사조사법과 증언·감정법을 통과시킨 바 있다.
그런데 정부·여당은 국민의사를 무시한 채 2개법안에 대해 위헌이라는 이유로 거부권을행사했다.
구인제나 국조권발동의 의결정족수를 3분의1로 하는 것이 전혀 위헌이 아니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정부가 굳이 구차한 이유를 붙여 거부권을 행사하고 나온 것은 특정인을 비호하고 나아가 특위활동을 무력화 시키려는 의도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우리는 정부·여당의 거부권 남용적 행사에 대한 효율적 대응책을 공동으로 마련해야겠라. 또한 양심범의 석방문제도 하루바삐 해결지어야 할 중요현안이다. 우리3당이 공동으로 석방촉구 결의안을 통과시킨바 있으나 이에대한 정부의 성의있는 태도는 엿보이지 않는다. 다시 한번 정부의 양심수 석방을 촉구하자.
최근 정부가 남북교류등 통일을 위한 노력에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정부의 노력이 일방적이고 그 방안에 문제가 있어 우리3당의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학생들이 제의한 8·15남북학생회담은 또 하나의 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전망인 바 우리3당이 노력하여 슬기롭게 문제를 푸는 길을 미리 찾아보는 것이 좋겠다.
그 일환으로 정부·학생간의 대화를 통해 문제해결을 하도록 촉구하자. 거부권행사에 따라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전부에 대해 해임건의안을 제출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나 3당의 합의에 따라서는 총리와 주무장관인 법무장관, 부서한 총무처장관등 3명에 대해 해임건의안을 내도록 하자.
▲김영삼 민주당총재 = 우리헌법이 규정한 대통령의 거부권이 행사되기 위해서는 법안이 위헌이거나 실행불가능 하거나 국민전체에 유해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중대한 하자없는 이들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5공화국비리척결과 광주의거진상을 규명할 의지가 전혀 없음을 단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노태우씨도 5공화국의 상속인이지만 평소 그의 주장에 비춰볼때 국민의 한결같은 여망을도외시한 있을수 없는 배신행위라고 하지 않을수 없다.
과거 한차례의 국정조사도 찬성해 본적이 없는 그들이 아직도 과반수논리를 개진하는 것은 참으로 한심한 발상이다. 또 구인제는 국회가 국가의사의 최고결정기관으로서 부당히 출석을 거부하는 증인을 부득이 강제연행하는 것이므로 기본권이나 기타 헌법규정에 저촉될것이 없으며 국정조사제도를 실효성있게 담보해주는 것이다.
정부·여당의 거부논리는 일말의 타당성도 갖추지 못한 궤변으로 전씨일가와 그 주변 비리자들을 비호하겠다는 발상에서 궁여지책으로 꾸며낸 것들이다.
우리 정치사에 「의회정치」의 새 기풍이 진작되고 있는 이 즈음에 의회를 무시하고 의회의 권위에 도전한 이 사태에 대해서는 국민이 13대 국회를 왜 여소야대의 구도로 편성하였는지를 분명히 보여줘야한다.
따라서 이번 이 두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도록 요청한 국무총리와 법무장관등 관계국무위원에 대해서는 해임건의를 하자.
그러나 그 때문에 국회가 공전해서는 안되므로 상임위는 그대로 진행시키면서 이 문제에 대처하는게 바람직하다.
문제를 양외로 끌어내가는 것은 야당이 다수인 국회에서는 오히려 지탄받을 가능성이 있다.
또 우리가 양심수 석방 결의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제헌절까지 아무 조치가 없는 것은 무슨 이유로든 설명되지 않는데 다시한번 촉구하자.
또 남북학생회담문제도 정부가 학생들과 아무런 협의를 하지않고 있는 점을 지적하자.
▲김종필 공화당총재 = 정부·여당은 야당이 구인제를 두려는 진의를 잘 모르는것 같다. 우리 실정에서 국회의 조사활동을 효과적으로 하려면 구인제가 불가피하다.
미국이 30년대후반에 이조항을 완화한 것은 한사람도 국회증언을 거부하거나 출석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도 이 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해선 이 구인제가 있어야 한다.
이렇게 장기적 관점에서 요구되는 것이지 특정인 때문이 아닌데도 정부·여당은 이를 반대하고 자진해명이니 하는 구차한 방법들로 일을 엉뚱한 방향으로 몰아가고 있다.
더구나 국민의 뜻을 반영한 국회의 의결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때는 국민에게 심한 불이익과 불편을 주거나 국정운영에 중대한 지장을 줄 때로 제한되어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정부·여당은 자신들이 보호해야 할 특정인을 위해 이를 행사했다.
문제의 인식을 잘못하고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한 내각에 책임을 물어 반성을 시키고 경고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전각료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낼 것을 제의한다. 이것은 또한 모든 정치를 원내로 수렴해야 한다는 원칙과도 일치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치인이 이 문제로 양외세력과 함께 거리에 나서는 것은 반대한다.
물론 국민에게 우리의 진의를 설명드리고 우리가 느끼는것과 같은 농도로 느끼게 하는 건좋다.
그 한 예로 국회가 끝난 뒤 당연히 갖게 될 의정보고회등을 통해 이를 설명할수 있을 것이다.
일단 야당이 해임건의안을 내면 그 해임대상인 각료가 출석하는 상위의 공전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이를 정상화하기 위해선 정부·여당측의 납득할 만한 양보로 이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박보균·이연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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