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교 한자교육부활 거센공방|관련단체 찬반 성명·건의 잇따라|새 교과서 선정 앞두고 가열|혼용주장 전통계승위해 최소 교육 필요|한글전용 한자고집은 권위주의의 발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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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국민학교 교과과정에서의 한자교육 부활여부를 둘러싼 국한문 혼용론자와 한글전용론자들간의 해묵은 논쟁이 또다시 격화돼 서명운동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한국어문교육학회 (회장남광우)는 지난해 6월 문교부가 국민학교에서의 한자교육을 부활하지 않겠다고 최종결정하자 서명운동을 벌여 전직총리·학자·문인등 사회유력인사 다수를 포함한 3천6백여명의 서명을 받아문교부의 한자교육부활불가방침 철회를 요구하는 건의서를 최근 각계 요로에 제출했다.
그러자 한글학회를 비롯한 각종 한글전용론을주장하는 단체들은 이들의 건의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대응을위한 서명운동을 벌이고있다.
국한문혼용론자와 한글전용론자의 논쟁이 최근이렇게 격화된것은 곧있을 국민학교 교과서 선정을 앞두고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려는 의도에서 비롯됐다.
국한문혼용론자의 주장은 한자문화권인 우리나라의 전통을 바로 알고계승하기 위해서는 최소한도의 한자교육은 필수적이며 동남아각국등 한자문화권과의 원활한 교류를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어문교육학회는 최근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기위해 대학생 1천6백20명을 상대로한 설문조사를실시, 응답자의 81.5%가 한글전용여부와 무관하게 한자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으며 국교4.5년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대학생도63%에 달한다는 조사결과를 내놓았다.
이들은 또 한때 한글전용을 실시하던 북한에서도 68년이후 우리의 국민학교 5학년에 해당하는중학교 1학년부터 한자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는 자료도 내놓았다.
이에 대해 한글전용론자들은 어려운 한자를 배우는데 필요한노력을 쉬운 우리말을 배우고 닦기에 돌림으로써 우리말을 발전시켜 보통사람들의 의사소통을 쉽게 해야한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어려운 한자를 고집하는 것은 권위주의적 발상이며 민주적인 문화발전에 장애가 된다고 역설한다.
이렇듯 양쪽의 주장은 서로가 일정한 계층적 이해를 대변한다는 식으로 발전해가면서 과열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글전용과 국한문혼용의 논쟁은 말과 글 문화를 보는시각이 근본적으로 대립되어있다는 점에서 어느쪽이 옳다고 판정을 내리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고 수십년을 계속해 열도를 더해가는 논쟁을 방치할 수만도 없는 일. 서명운동으로의 확산은 시민들 사이에 말과 글 문화를 중심으로 한 집단적 대립을 야기할 우려조차 없지않다.
논쟁은 결국 우리나라사람들이 편리하고 유용한 쪽으로 판가름나 자연스럽게 해소될 수밖에 없는 일이다.<강영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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