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5년 이상 불법체류자에 취업 비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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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미국 상원은 1100만~1200만 명으로 추정되는 불법체류자들을 세 종류로 나눠 차등 구제하는 내용의 이민법 개정안을 6일 마련했다. 이 방안은 공화.민주 양당 지도부가 합의한 데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주장해 온 '초청 노동자' 프로그램을 수용한 것이어서 상원 전체회의를 어렵지 않게 통과할 걸로 예상된다. 그러나 하원이 불법체류자 구제보다 처벌에 중점을 둔 법안을 이미 가결했기 때문에 상원 법안이 확정되려면 상하 양원 간 조율이 필요하다.

상원은 불법 입국자들을 체류기간에 따라 세 종류로 분류했다. 5년 이상 불법체류한 사람들에겐 귀국하지 않고 미국에서 길게는 6년까지 연장할 수 있는 취업비자를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불법체류에 따른 벌금과 미납 세금을 내면 그 6년 뒤에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게 했으며, 다시 5년이 지나면 시민권도 얻을 수 있도록 했다.

5년 이상 불법체류자는 700여만 명으로 추산된다. 한국 교민 중엔 관광비자로 미국에 입국했다가 비자 유효기간 만료 뒤에도 계속 눌러앉은 장기 체류자가 많아 이 방안이 확정될 경우 상당수가 혜택을 볼 것으로 보인다. 올 1월 미 인구조사국이 발표한 2000년도 인구 센서스 분석 자료에 따르면 불법체류 한국인은 18만2621명이다. 현재는 그 숫자가 2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불법체류 기간이 2년 이상, 5년 미만인 사람의 경우엔 일단 출국한 뒤 임시 노동자로 비자를 받아 미국에 재입국할 수 있도록 했다. 이들도 나중에 기한을 채우면 영주권과 시민권을 받을 수 있으나 5년 이상 체류자보다는 더 오래 기다려야 한다.

체류기간이 2년 미만인 사람들은 계속 불법체류자로 남게 된다. 이들이 일단 미국을 떠난 뒤 재입국하려면 이민.취업을 희망하는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미 당국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재입국 보장이 없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빌 프리스트 공화당, 해리 리드 민주당 원내대표가 발표한 합의안에 대해 "아직 세부적인 문제가 남아 있는 만큼 양당이 법안을 잘 완성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원은 지난해 12월 불법체류자들이 영주권을 얻으려면 체류기간과 상관없이 모두 출국한 뒤 합법적 입국 절차를 밟아야 하고, 계속 체류하다가 적발되면 형사처벌한다는 내용의 이른바 '센센브레너 법안'을 가결했다. 따라서 이민법 개정 내용이 확정되려면 상하 양원이 합동으로 구성하는 협의위원회(Conference Committee)의 조율을 거쳐야 한다.

한편 상원은 32만5000명의 필요직 노동자에게 취업비자를 발급하고, 불법체류자 단속과 국경 단속을 강화하는 방안을 수정안에 추가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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