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때 反盧는 신당, 親盧는 잔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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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저 사람이 왜 저기에 가 있지?"

민주당 신.구주류가 사실상 결별 상태에 들어간 가운데 적잖은 의원이 세간의 예상을 뒤엎는 선택을 하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해 대선 때 반노(反盧.반 노무현 후보)진영에 섰던 김명섭(金明燮).송석찬(宋錫贊).김덕배(金德培)의원 등은 신당행을 선택한 반면, 친노(親盧)진영의 핵심이었던 조순형(趙舜衡).추미애(秋美愛).김경재(金景梓)의원 등은 '당 사수'를 선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宋의원은 8일 "지역구도를 깨뜨리기 위해서는 국민통합신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나의 평소 소신이었다"며 "새 정치를 염원하는 국민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신당행 열차에 올라타게 됐다"고 주장했다.

다른 의원도 "시대의 흐름상 어차피 신당은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먼저 가서 좋은 자리를 차지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며 변신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동교동계인 박양수(朴洋洙)의원의 신당행도 관심을 끄는 부분이다. 朴의원은 동교동계 내부에서 '조직의 귀재'로 불리는 인물.

朴의원이 신주류에 합류하자 동교동계 의원들이 "朴의원은 꼭 잡았어야 했다"고 탄식했을 정도다. '창당주비위'아이디어도 朴의원의 작품. 선도탈당을 막고 집단행동을 할 수 있다는 설명에 신주류의 좌장격인 김원기 고문도 "바로 그거다"며 무릎을 쳤다는 후문이다.

반면 조순형.추미애 의원은 민주당을 지키는 통합모임을 결성하며 신당파와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지난해 대선 때 趙의원은 선대위 공동위원장, 秋의원은 국민참여운동본부 공동본부장을 맡아 盧대통령 당선에 결정적 역할을 했었다.

특히 두 사람은 대선 후 사흘 만인 지난해 12월 22일 '민주당의 발전적 해체'를 선언하며 신.구주류간 갈등을 촉발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인수위 때 盧당선자 대변인을 지낸 이낙연(李洛淵)의원의 경우 "특히 지역민들과 상의해 적절한 시기에 결정하겠다"며 계속 관망자세를 취해 신.구주류 양측의 비난을 사고 있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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