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정상의 미술 한자리에|『뉴욕 현대미술전』15일 호암갤러리서 개막|팝아트·뉴페인팅 대가들 14명 출품|콤바인·조각등 다양한 장르 선보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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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1964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는 예상을 완전히 뒤엎고 미국의 젊은작가「로버트·라우센버그」가 대상을 차지했다. 그것은 하나의 사건이었으며 세계미술의 메카로 군림하던 프랑스화단의 자존심에 치유할 길 없는 상처를 입혔다.
뉴욕화상들의 응모실까지 나돈 이 스타의 탄생은 허공에 떠올라있던 미국 현대미술이란 시소의 한끝을 뉴욕지상에 무겁게 끌어내렸다. 현대미술의 중심무대가 파리에서 뉴욕으로 옮겨간것이다.
이제 뉴욕은 현대미술을 둘러싼 헤게모니다툼의 최종승리자로서 새롭게 피어나는 각종 미술사조들이 권위의 정착을 위해 닻을 내리는 현란한 경연장이 되고있다.
중앙일보사 호암갤러리가 기획, 15일 막을 올리는 「뉴욕현대미술전」은 뉴욕에 본거를 두고 세계미술의 첨단에 서서 활약하고 있는 작가들을 한자리에 모은 대규모축제다.
오는 8월23일까지 40일동안 계속될 이 전시회에는 앞의 「로버트·라우센버그」를 비롯, 「자스퍼·존스」, 「로이·리히텐슈타인」, 「앤디·와홀」, 「존·챔벌레인」, 「루카스·사마라스」, 「클래스·올덴버그」, 「리처드·아츠웨거」, 「테리·윈터스」, 「줄리앙·슈나벨」, 「데이비드·살르」, 「엘리자베스·머레이」, 「신디·셔먼」, 「낸시·그레이브」등 팝아트의 대가급작가와 뉴페인팅의 선두주자 14명이 작품을 낸다. 츨품작은 모두 70점.
콤바인·페인팅·드로잉·판화·조각·아상블라주·인스털레이션등 기법상의 다양한 장르를 망라 현대미술의 흐름과 특징적 양상을 한눈에 보여줄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중앙일보사와 일본의 세이부(서무)미술관이 공동으로 기획한 이 전시회의 참여작가와 작품은 저명한 평론가이며 큐레이터인「킴·레빈」씨가 주축이 되어 선정했다. 초대된 작품 대다수는 미국의 페이스화랑, 레오·카스텔 리 화랑, 메리분화랑등의 소장품들로 이루어져있는데 작품반출에 따른보험료산정등 까다로운 조건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처음에는 국내전시에 중앙일보사와 함께 국립현대미술관이 공동참여하기로 했으나 진행도중 파트너가 현대화랑으로 바뀌었다.
전람회에 출품된 작품들은 호암갤러리에 50점, 현대화랑에 20점이 동시전시된 후 9월초 개막될 일본전을 위해 세이부미술관으로 옮겨질 예정.
호암갤러리와 현대화랑측은 이번 전람회가 정부의 해외미술품 개방화조치와 발을 맞추어 개최되는 세계정상급 작가들의 수준높은 기획전임을 고려, 전시후의 작품판매도 계획해놓고 있다.
물론 정부조치가 발효되면서 갖는 첫시도여서 판매성과는 전혀 예측할수 없지만 『앞으로 전개될 미술품의 국제교류시대에 걸맞는 가격정착을 위해 한 시금석을 놓는 역할로 만족하겠다』는것이 주최 측의 이야기다.
세계를 선도하는 미국현대미술의 핵심적 면모를보여즐 이번 「뉴욕현대미술전」은 지금까지 이를 위한 체계적 소개가 전무하다시피했던 현실에 비추어 자못 귀중한 잔치가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원로미술평론가 이경성씨는 『20세기 후반의 현대미술을 이끌어가는 뉴욕의 기수들을 이처럼 한자리에 모아놓고 볼수있게 된 자체만으로도 그것은 하나의 기적에 속하는 일』이라며『이런 전람회가 국가적인 뒷받침없이 순수한 민간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에 더 큰의의를 두고싶다』고 강조했다. <정교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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