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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드는 왜 마마보이가 되지 않았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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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전쟁의 상처 속에 남겨져 자칫 암담한 사회적 편견의 그늘 속을 헤매야 했을지도 모를 혼혈아가 미국 미식축구의 영웅으로 성장한 하인스 워드의 성공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많은 감동을 받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그 감동이 그저 낭만적인 개인의 성공 이야기가 아니라 혼혈인에 대한 인식전환이라는 사회적 감동으로 이어지기를 크게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워드 선수와 그의 어머니 김영희씨는 '교육의 문제'에 있어서도 중요한 메시지를 주고 있다. 나는 두 사람을 보면서 몇 번이나 '왜 워드 선수는 마마보이가 되지 않았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김영희씨가 워드를 품어 키웠던 과정에서 워드가 마마보이로 성장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누가 보아도 워드는 마마보이 아닌 효자이기에 이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김영희씨의 교육사례는 우리의 가정교육 현실과 비교해 또 하나의 중요한 사회적 교훈으로 태어날 필요가 있다.

조선시대 후기 이후로 형성된 우리의 모성문화는 자식에 대한 무조건적인 집착과 끌어안음으로 대변된다. 게다가 전쟁이 남긴 1970년대 우리 상황을 기억한다면 혼혈 자식에 대한 한국 어머니의 모성은 크게 두 가지 극단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컸다. 첫째는 미국 흑인과의 만남-출산-편견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마냥 품어 기르는 것이다. 둘째는 사회적 편견을 이기지 못해 내팽개치는 양육의 실패였다. 대부분의 또 다른 김영희씨들은 후자를 택했다. 그래서 혼혈인 고아는 넘쳐났다. 전자를 택했던 어머니와 자식들도 지금껏 평생을 편견의 굴레 속에서 살고 있다.

김영희씨도 전자를 택했던 것이 분명한데, 중요한 것은 자식과의 삶과 교육의 공간이 한국이 아닌 미국이었기에 '독립심'의 교육문화를 접목시킬 수 있었던 것 같다. 즉 김영희씨의 워드에 대한 교육적 성공은 '한국 어머니의 모성문화와 미국 교육문화의 합작품'이라는 것이다.

지금 한국의 대부분 어머니와 자식이 처한 상황은 김영희씨와 비교해 다른 점과 공통점이 하나씩 있다. 김영희씨가 겪었던 편견과 빈곤에 비해 대부분 풍족하다는 것이 다른 점이고, 여전히 우리의 어머니들이 한국적 모성문화를 갖고 있다는 점은 닮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 한국 어머니들은 자녀 교육이 미국적이기를 고대한다. 동시에 자녀의 삶의 문화가 미국적일수록 자녀 교육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적 모성은 끊임없이 미국의 문화와 교육을 끌어안지만 미국 교육 문화의 중요 덕목인 '독립심'은 보이지 않는다.

오늘날 우리 청소년과 대학생의 심성과 생활문화를 볼 때 너무 나약하다. 심지어 대학생이 돼도 어머니가 학교생활을 챙겨준다고 하니 한심하다. 그렇다고 우리에게 호연지기의 전통이 부족했던가. 대륙을 호령하던 기상과 삶을 즐기는 풍류가 어느 민족에 비해 뒤졌던가.

김영희씨도 워드를 한국 모성문화로 품어 기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주변의 어려운 상황들은 분명 그들 모자에게 독립심을 보게 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영희씨가 품어 기른 모성은 약이 됐다. 그 결과 김영희씨는 효자 아들 워드를 키웠다. 반면 독립심을 가르치지 않는 한국의 어머니들은 마마보이를 양산할 가정교육의 주인이 돼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김영희씨와 워드 모자에게서 우리 가정교육 문화를 반성하는 계기를 찾아보기를 기대한다.

김태경 경인여대 교수·환경교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