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만에서의 미…이란 적대행이경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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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란의 민간여객기가 3일 미순양함의 미사일공격으로 피격돼 2백90명의 무고한 인명이 희생됨으로써 미국은 지난해 국제수로보호를 명분으로 페르시아만에서 이란과 직접적으로 무력대치한 이래 가장 곤경에 빠졌다.
비록 미국측이 우발적인 사건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이번 사건은 지난해7월 미국이 쿠웨이트 유조선호송작전 이 후 이란과 무력충돌을 빚고 있는 양국관계가 심각한 사태로 접어들게 됐다.
8년을 끌고 있는 이란-이라크전은 이란이 교전당사국인 이라크의 목을 조르기 위해 페르시아만에 기뢰를 부설하면서 미국등 강대국의 개입을 불러들였다.
중동의 석유수송로를 이란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하고 미해군함정등이 운항하는 국제수로의 안전운항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은 그 후 페르시아만 연해에 30여척의 함정을 배치 했다.
이중에는 1백여대의 전투기를 적재한 항모 엔터프라이즈호도 포함돼 있으며 올해 다시 6척의 기뢰제거함과 헬리곱터가 투입됐다.
이 처럼 미국과 이란이 페르시아만에서 무력대치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7월 쿠웨이트의 초대형유조선 브리지턴호가 페르시아만을 항해하다 이란기뢰에 부딪혀 파손되고 9월 미헬기들이 페르시아만의 국제수역에서 기뢰를 부설하던 이란의 쾌속정을 공격했으며 10월에는 이란초계정 3척을 격침시켰다.
간헐적인 이란의 유조선공격과 이에 대응한 미국의 대이란 석유시설 공격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금년4월 헬기항모를 포함한 6척의 함대를 동원, 페르시아만 전역에 걸쳐 전면적인 대이란 해상공격을 단행, 이란유정 두 곳을 파괴하고 미사일함정1척 및 이란해군 주력함인 프리깃함 1척을 격침했다.
유조선보호를 위해 페르시아만에 배치된 구축함 새뮤얼 B 로버츠호가 이란이 부설한 기뢰에 파손되고 승무원 10여명이 부상한데 대한 보복공격으로 제한된 조치로서는 가강 단호한 대응을 선택했다.
미국의 막강한 해군력에 비해 이란의 전력은 극히미약한 형편이다.
프리깃함 5∼6척, 쾌속정 50여척이 전부로 쾌속정은 유람용 쾌속정을 개조, 해군혁명수비대가 전력화하고 있다.
따라서 이란측은 가미카체식 자살공격으로 해상 게릴라전을 불사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이 같이 전력으로는 상대가 되지 않는 이란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이란-이라크전의 승자없는 휴전이다. 그러나 이란이 휴전을 계속 거부하고 있으므로 페르시아만의 무해통항권을 무력으로라도 확보하고 외교적으로는 중·소등의 지지를 얻어 대이란 무기금수조치를 확보한다는 것이다. <정봉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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