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적 결단의 의미있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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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공직자의 재산등록은 공정한 공무집행을 담보하고 부정과 부패를 예방하자는데 뜻이 있다. 이를테면 깨끗한 공직사회를 만들고 봉사자로서의 책임을 다해 국민의 신뢰를 쌓자는 취지다.
그러나 공개를 전제로 하지 않는「재산등록」은 기대했던 효과를 거두기 힘들다. 이는 「깨끗한 정부」를 표방했던 제5공화국이 출범 초기에 공직자 윤리법을 만들어 고급공무원들의 재산등록을 의무화했으나 실효를 보지 못했던 눈앞의 경험에서도 능히 알수 있다.
물론 「5공비리」를 위시한 공직자들의 부정부패가 전적으로 등록재산의 비공개로 기인된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이 제도의 보완이 강하게 요청되어 왔다.
이런점에서 새 정부가 공직자 윤리법을 개정해 내년부터 공개하기로한 것은 잘하는 일이다.
재산을 공개하게 되면 우선 국민이 공무원들의 재산증식등 변화를 알수 있어 부당한 증식등 부패방지와 감시가 가능해 진다. 또 재산은닉이나 부실신고도 어느정도 예방할 수 있다. 더구나 공직자들이 국민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고 공직자 자신도 보다 떳떳해 질수 있어 권위까지도 부여되는 이점이 있다.
물론 재산을 공개함으로써 빚어지는 폐단도 없지는 않다. 사유재산권의 비밀 침해라든가 모함과 투서등의 부작용도 생길 우려가 있다.
그런데도 정부가 공개방침을 굳힌 것은 앞서 대통령의 재산공개 정신을 이어 받는다는 뜻도 있겠지만 공직사희의 청렴분위기를 확산하고 그동안 실추된 정부의 위신과 신뢰를 회복시켜야할 필요성을 느낀데 따른 조치로 이해된다.
그러나 재산공개만으로 공직사회가 깨끗해지고 쇄신된다고는 여기지 않는다.
사회정의 구현과 부조리추방을 어느 정권보다 소리높여 외쳤던 5공화국이 가장 부패하고 비리투성이였다는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제도개선이나 구호만으로는 부정을 막을 수 없다.
따라서 재산공개는 청렴과 결백을 다짐하고 약속하는 선언적이고 상징적 결의까지도 내포되어야 한다. 이를테면 고위공직자들의 양심선언이랄 수도 있고 도덕적 결단과 결의의 표현이어야 한다.
우리는 말만 앞세우고 행동은 뒤따르지 않는 공직자들을 수없이 보아왔다. 더구나 국민과의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리거나 남에게는 약속지키기를 강요하면서 자기 자신은 제외시키는 위정자들도 적지 않았다.
재산공개도 선언에만 그치고 행동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공허한제도가 될 뿐이다. 이런점에서 고위공직자들이 검소한 생활로 수범을 보여야할 것이고 공직자가 품위와 본분을 지키고 공직의 신성함과 존귀함을 스스로 살리는 사도확립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재산공개와 아울러 부정이 낄소지를 스스로 제거하는 행정제도의 개선도 병행해야 한다. 정부가 최근 말썽 많은 골프장 인가권을 시·도에 이관하고 내인가제를 폐지했듯이 권력형 부정과 비리를 원천에서 막고 공무원들이 부정에 휘말리지 않게 끔 인·허가권의 분산과 행정공개 및 재량권의 축소등이 뒤따라야 한다.
인·허가권의 자동처리제나 사무처리의 기계화와 정형화 등으로 이권개입의 소지를 사전에 배제하는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완벽한 제도와 결연한 의지가 합쳐질 때 부정과 부조리가 싹트지 않는다는 걸 강조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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