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노트] '위작' 재확인과 발 빼기 ? 진실 캐기 이제 시작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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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미술품 복원 전문가 최명윤씨는 홀가분하면서도 착잡한 심정을 털어놨다. 서울고검이 '이중섭.박수근 위작'을 재확인한 3일, 최씨는 오히려 각오를 다지고 있었다. 고 이중섭 화백의 차남 태성(일본명 야마모토 야스나리)씨와 김용수 한국고서연구회 명예회장이 지난해 10월 자신들이 소장하고 있는 이중섭과 박수근의 작품 58점을 위작이라고 판정한 서울중앙지검의 결정에 불복해 제기한 항고가 기각된 것이다. 최씨는 작품을 감정하고 가짜라고 주장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한 상태였다. 법원이 가짜 판정을 내림으로써 최씨의 무혐의를 확인해준 셈이다.

한국 현대미술사상 최대의 위작 사건으로 꼽히는 '이중섭.박수근 위작 사건'이 일어난 지 1년. 고법은 "서울대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과 종이 탄소연대 측정 결과를 뒤집을 만한 증거를 찾을 수 없다"며 가짜임을 분명히 했다. 58점 모두가 거듭 가짜로 밝혀짐에 따라 위조작품을 만들어낸 범인을 찾아내야하는 서울중앙지검의 행보에도 속도가 붙게 됐다.

서울고검의 항고 기각 결정이 나온 뒤 사건의 발단이 된 서울옥션은 조용했다. 서울옥션은 지난해 3월 이중섭의 유족인 이태성씨가 내놓은 작품을 경매에 붙여 위작 논란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당시 대표였던 이호재 가나아트센터 회장은 오히려 "이태성씨를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서울옥션이 받은 물질과 정신 피해를 보상받겠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이태성씨를 고소하겠다고 나섬으로써 경매에 내놨던 작품이 가짜임을 스스로 시인한 셈이 됐다.

하지만 서울옥션은 이 모든 논란을 일으킨 데 대한 공식 사과는 하지 않았다. 경매사가 첫째로 지켜야 할 신뢰를 잃게 된 순간에도 서울옥션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최명윤씨가 '이제 시작'이라고 말하는 까닭이다. 가짜 그림이 어디서 왔는지, 위작을 운반하는 검은 손은 누구인지 밝혀야 한국 미술시장은 제대로 굴러갈 수 있다.

정재숙 기자

*** 바로잡습니다

4월 5일자 21면 '위작 재확인과 발 빼기?' 기사에서 서울고법은 서울고검으로, 무죄는 무혐의로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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