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초로 유명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흡연 장면을 담은 모습이 최근 북한 매체에서 사라졌다. 주변에 재떨이가 있는 모습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17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올해 들어 북한이 공개한 김정은 사진에 담배나 재떨이가 보이지 않는다.
2015년 10월 19일 김정은이 부인 이설주 여사와 청봉악단의 공연을 볼 때 그의 앞에는 재떨이가 놓여있었다. 그러나 지난 16일 북한 동평양대극장에서 중국 예술단의 공연을 볼 때 그의 탁자 위에는 물잔만이 놓였다.
그간 북한 매체들은 김정은이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공공연하게 보도했다. 심지어 병원이나 지하철 안에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발사를 기뻐하며 간부들과 함께 담배를 피우기도 했다.
앞서 이설주는 김정은에게 금연을 부탁한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지난 8일 일본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지난달 5일 김정은과 한국특사단과의 만찬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김정은에게 “담배는 몸에 안 좋으니 끊으시는 게 어떠시냐”고 권유했다.
사전 준비되지 않은 정 실장의 조언에 북한 측 인사들의 표정이 굳어졌지만, 이설주가 “항상 끊으라고 부탁하는데도 내 말을 안 들어준다”고 말했고, 이에 김정은도 웃었다고 한다.
당시 아사히는 “북한의 최고지도자는 신격화돼 있기 때문에 부부간의 개인적인 대화가 외부에 새나가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며 “국제사회의 시선을 의식해 북한이 ‘보통국가라는 것을 연출’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북 전문가는 김정은의 흡연 사진이 사라진 것 역시 “정상국가의 지도자 이미지를 만들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