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했는데 계엄법 위반?…옥살이 46년만에 무죄 받은 사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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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내용과 사진은 관계 없음)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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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11월, 지인 집에 모여 도박을 했다가 불법집회 참여자로 몰려 옥살이를 한 남성 2명이 46년 만에 무죄판결을 받았다.

창원지법 형사3부(금덕희 부장판사)는 불법집회를 금지한 계엄법 위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배모(79)·박모(79)씨 등 2명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고 15일 밝혔다.

재판부는 "당시 비상계엄 선포 후 내려진 포고령이 위헌 무효여서 계엄법 위반으로 실형을 선고한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배씨와 박씨 외에 김모(2016년 사망)씨 등 3명은 1972년 11월 초 지인집에 모여 한판에 200~1500원씩 걸고 도박을 했다가 발각됐다.

이들은 도박죄가 아닌 계엄법 위반 혐의로 영장발부 절차도 없이 붙잡힌 뒤 곧바로 군법회의에 넘겨졌다.

당시는 박정희 대통령이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에 능동적으로 대처한다는 명목으로 1972년 10월 17일 유신을 알리는 특별선언을 발표하고 전국에 비상 계엄이 선포했던 때로 옥내외 집회가 금지됐었다.

부산경남지구 계엄보통군법회의는 당시 계엄령 상황에서 모든 옥내외 집회를 금지한 계엄사령관 포고령 1호를 위반했다면 3명에게 각각 징역 3년씩을 선고했다.

이후 항소심에서는 형이 다소 무겁다는 판단에 따라 원심을 깨고 각각 징역 8개월씩 선고했고, 1973년 7월 대법원은 3명에 대한 징역 8월형을 확정했다.

배씨 등 3명은 2015년 12월 계엄법 위반죄 판결이 무효라며 재심 청구를 했다.

법원은 지난해 8월 재심개시 결정을 했다.

재심 재판부는 1972년 당시 옥내외 집회시위를 일절 금지하고 정치목적이 아닌 집회는 허가를 받도록 한 포고령 1호는 위헌무효라고 판단, 46년 만에 판결을 뒤집었다.

재심청구인 중 한명인 김씨는 재심개시 결정과 무죄 판결을 끝내 받지 못한 채 2016년 10월 숨졌다.

한편 이번 사건과 비슷한 재심사건은 과거에도 있었다. 당시 법원은 1972년 비상계엄 상황이 군사력을 동원해 제압해야 할 정도로 상대방이 상당한 무력을 갖춘 상황이 아니었다고 판단했다. 또 영장발부 절차 없이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내용을 담은 포고령 1호가 영장주의 본질을 침해했다고 결론내린 바 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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