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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도시 살아도 녹지 없으면 여름 두 달 더 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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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산이 인접해 녹지 비율이 높은 수원시 상광교동. [사진 국립환경과학원]

백운산이 인접해 녹지 비율이 높은 수원시 상광교동. [사진 국립환경과학원]

빌딩이 많고 녹지 비율이 낮은 수원시 인계동 수원시청 앞 사거리. [사진 다음 로드뷰]

빌딩이 많고 녹지 비율이 낮은 수원시 인계동 수원시청 앞 사거리. [사진 다음 로드뷰]

같은 도시 안에서도 공원이나 산림 등 녹지 면적에 따라 여름의 길이가 최대 57일까지 차이가 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은 2016년 6월부터 2017년 5월까지 수원시 11개 지역에서 측정된 기상자료를 토대로 봄·여름·가을·겨울의 시작일과 기간을 분석했다. 또, 각 측정지역의 반경 500m를 기준으로 그린 인프라와 그레이 인프라 비율도 함께 조사했다.
‘그린 인프라(Green infrastructure)’란 공원·수역·산림 등 자연적인 공간을 말한다. ‘그레이 인프라(Grey infrastructure)’는 그린 인프라의 반대 개념으로 도로·철도·상업지구 등 콘크리트 기반의 시설을 말한다.

조사 결과, 각 지역의 그린 인프라와 그레이 인프라 비율에 따라 계절의 길이가 다른 것이 확인됐다. 특히, 그린 인프라 비율이 높은 곳과 그레이 인프라 비율이 높은 곳은 여름 길이에서 평균 30.5일의 차이를 보였다.

수원시 11개 기상자료수집 지역 반경 500m의 토지이용 비율. [자료 국립환경과학원]

수원시 11개 기상자료수집 지역 반경 500m의 토지이용 비율. [자료 국립환경과학원]

수원시 11개 기상자료수집 지역의 계절일수(2016~2017년). [자료 국립환경과학원]

수원시 11개 기상자료수집 지역의 계절일수(2016~2017년). [자료 국립환경과학원]

그레이 인프라 비율이 92.7%로 가장 높은 수원시청은 여름의 길이가 157일로 1년 중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백운산에 인접해 그린 인프라 비율이 93%로 가장 높은 상광교동은 여름의 길이가 100일로 나타났고, 봄(93일)과 가을(62일)이 다른 지역보다 길었다. 두 지점의 여름 길이 차이는 57일로 조사 대상 지역 중 가장 큰 격차를 보였다.

그린인프라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칠보산(68.5%), 농경지(85.8%)는 평균보다 20일 이상 여름길이가 짧았고, 그린인프라 비율이 낮은 원천동(21.9%), 영통2동(5%)은 20일 이상 여름이 길었다.

연구진은 하루의 평균·최고·최저기온을 모두 합해 7일간 평균한 값이 특정 수치(15도·60도)를 넘으면 계절이 바뀌는 것으로 구분해 계절별 길이를 계산했다. 평균 값이 영상 15도를 넘으면 겨울에서 봄으로 바뀌고, 60도를 넘으면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식이다. 이 기준에 따라, 수원시 11개 지역의 계절별 평균 길이는 봄 72일, 여름 134일, 가을 52일, 겨울 107일로 나타났다.

같은 동에서도 여름 길이 달라

수원시 인계동 효원공원. 그린인프라 비율이 높기 때문에 주변 지역보다 여름이 늦게 시작된다. [사진 국립환경과학원]

수원시 인계동 효원공원. 그린인프라 비율이 높기 때문에 주변 지역보다 여름이 늦게 시작된다. [사진 국립환경과학원]

도심에서는 아주 인접한 지역에서도 그린 인프라 비율에 따라 계절 길이에 큰 차이를 보였다.

같은 인계동에 있는 수원시청과 효원공원은 직선거리로 약 820m밖에 떨어져 있지 않지만, 여름 길이는 각각 157일과 138일로 19일이나 차이가 났다. 수원시청에서는 여름이 5월 2일부터 시작했지만, 효원공원에서는 5월 21일이 돼서야 여름이 왔다. 두 지역의 그린 인프라 면적 비율이 각각 7.3%와 15.2%를 기록했다. 도심에서 공간을 계획할 때 그린인프라를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공학양 국립환경과학원 자연환경연구과 연구사는 “수원의 도심 지역에서 효원공원만 유일하게 여름이 늦게 오는 경향을 보였다”며 “녹지가 많으면 식물이 배출하는 수증기가 주변 열을 빼앗아가면서 기온이 떨어지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그레이 인프라 면적은 여름 기간, 여름 평균온도, 열대야일수, 연평균기온 등의 증가와 관계가 높았다. 반대로 그린 인프라 면적은 봄과 가을 길이의 증가에 큰 변수로 작용했다.

이종천 국립환경과학원 자연환경연구과장은 “그린 인프라는 시민의 삶의 질, 대기오염 정화에 기여할 뿐 아니라 기후변화의 효과적인 대응 방안이 될 수 있다”며 “기후변화에 적응하고, 도시의 열 쾌적성을 높이기 위해 그린 인프라 활용 비율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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