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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성추문으로 해임되고도 버젓이 활동하는 회장 아들"

중앙일보

입력

RS에듀컨설팅 송영선 대표(온라인 진학지도 프로그램인 OOO커리어 출시사인 C사 이사)가 퇴사 여직원과 관련한 성추행 의혹 등을 제기하고 있다. 김민욱 기자

RS에듀컨설팅 송영선 대표(온라인 진학지도 프로그램인 OOO커리어 출시사인 C사 이사)가 퇴사 여직원과 관련한 성추행 의혹 등을 제기하고 있다. 김민욱 기자

내부에서 터져 나온 한 이사의 '의혹'

한 중소기업 회장의 30대 아들이 지난해 성 추문으로 이사직에서 해임되고도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진로·진학지도 강사로 활동 중이라는 의혹이 터져 나왔다. 해당 기업은 2010년 10월 설립된 C주식회사로 모 공영방송사 측과 ‘협력사’ 관계다. 진로교육 온라인프로그램을 출시했다.

C사의 송영선(45·RS에듀컨설팅 대표) 이사는 이달 초 가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초쯤 C사 박모(39) 전 이사와 관련된 성 추문이 방송사 쪽에 흘러 들어가 박 이사가 해임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그런데 해임된 박 전 이사가 지난달 24일 진로교육 온라인프로그램 이름을 따 ‘OOO커리어 대표(이사)’ 직함으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진로·진학지도 강사로 활동하더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미투 이미지. *이 기사와는 직접적인 연관 없습니다. [중앙포토]

미투 이미지. *이 기사와는 직접적인 연관 없습니다. [중앙포토]

그는 이어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박 전 이사가 C사 박 회장의 아들이기 때문이다”며 “문제는 해임으로 이어진 성 추문 외에 2016년 지방 출장에서 또 다른 여직원인 A씨(30대 초반)를 성추행했다”고 주장했다. 송 이사는 ‘실명’으로 의혹을 제기한 이유로 “학생들을 상대하는 교육자로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실제 A씨는 최근 중앙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박 전 이사가 출장길에서 ‘사귀자’고 하면서 손을 잡거나 안았다”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혀도 몇 개월 지나면 또다시 하더라. 결국 회사를 그만두게 됐다”고 털어놨다. 사회 전반에 퍼진 미투 운동(#Me Too·나도 당했다)에 힘입어 용기를 내게 됐다고 덧붙였다.

석연치 않은 그 날의 임시주총

지난해 3월 열린 C사 임시주총 의사록. 박모 전 이사 해임안건이 아뤄졌다. 김민욱 기자

지난해 3월 열린 C사 임시주총 의사록. 박모 전 이사 해임안건이 아뤄졌다. 김민욱 기자

지난해 3월 16일 작성한 C사의 임시 주주총회 의사록을 보면, 박 전 이사의 사임(안) 건이 처리됐다. 당시 주총 의장은 박 전 이사의 부친인 박 회장이었다. 의사록은 오전 11시부터 한 시간 동안 주총을 연 뒤 박 전 이사의 사임 사유를 이사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참석자 만장일치로 본 안건에 대해 승인 가결했다고 기록돼 있다. 하지만 A4 한장짜리 의사록에서 충분히 설명했다는 사임 사유는 적혀 있지 않다.

그날 의사록 상 주총 참석자는 전체 이사 4명 중 박 회장·박 전 이사·송 이사 3명이다. 하지만 송 이사는 박 전 이사를 ‘조용히 해임’하려 임시 주총이 열린다는 사실을 자신에게 알리지 않고도 마치 자신이 참석한 것처럼 의사록을 조작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임시주총에 참석한 걸로 돼 있는 송영선 이사의 휴대전화 발신내역이 주총 장소인 퇴계로가 아닌 삼성동으로 나와 있다. 김민욱 기자

지난해 3월 임시주총에 참석한 걸로 돼 있는 송영선 이사의 휴대전화 발신내역이 주총 장소인 퇴계로가 아닌 삼성동으로 나와 있다. 김민욱 기자

송 이사는 이에 대한 근거로 주총이 열린 시간대인 지난해 3월 16일 오전 11시~낮 12시 사이 통신사 통화기록서에 표시된 자신의 휴대전화 발신지역(모두 9개·대부분 인터넷접속 기록)이 주총 장소인 서울 중구 퇴계로가 아닌 10㎞ 이상 떨어진 강남구 삼성동으로 나타났다는 점을 들고 있다. 또 같은 시간대 찍혔을 인감 인주가 본인 것만 과거에 찍힌 듯 색이 바랜 점도 제시했다. 송 이사 인감 자리에만 네모가 쳐져 ‘인감’이라고 표시돼 있다.

지난해 3월16일 임시주총날 동시간대 찍힌 인감의 인주색이 송 전 이사 것만 바래져 있다. 김민욱 기자

지난해 3월16일 임시주총날 동시간대 찍힌 인감의 인주색이 송 전 이사 것만 바래져 있다. 김민욱 기자

이에 ‘성 추문과 관련한 불미스러운 일로 해임됐다’는 이야기를 거꾸로 공영 방송사 측 관계자로부터 전해 들었다는 게 송 이사의 주장이다. 추문은 2014년 9월쯤 박 전 이사가 회식자리에서 인턴 여사원 B씨(당시 26세)에게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한 것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해임된 박 전 이사는 대표(이사) 직함을 활용, 청소년·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외부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인천 계양구청 6층 대강당에서 ‘올바른 진로 진학지도’를 주제로 열린 강의 외에 같은 달 31일 경기도 남양주 강연에서도 강사로 나섰다.

성추문으로 해임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C사 박모 전 이사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진로진학지도 강사로 나서고 있다. [자료 학원 홈페이지화면 캡처]

성추문으로 해임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C사 박모 전 이사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진로진학지도 강사로 나서고 있다. [자료 학원 홈페이지화면 캡처]

이에 대해 박 전 이사는 지난해 3월 임시주총에 대해 “협력사(모 공영방송사 자회사)와의 문제로 해임하게 된 것이지 성 추문은 결코 아니다”고 해명했다. 또 그는 대표(이사) 직함으로 활동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C사 홍보 차원에서 무료로 강의하는 것이라 크게 문제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 변호인은 A씨 성추행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 변호인은 “송 이사는 현재 박 전 이사와 형사사건으로 안 좋은 감정에 있는 사람이다”며 “(실명 인터뷰) 제보 경위나 목적 등에 진실성이 없다”고 말했다. ‘의도’가 있다는 게 변호인의 주장이다.

공영방송 측 관계자는 “박 전 이사의 해임은 C사 차원의 문제로 우리가 관여할 게 없다”면서도 “해임된 박 전 이사가 OOO커리어 대표이사 직함으로 외부 강연을 했는지는 확인 중이다”고 했다.

수원·서울=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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