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미워하던 사람들과 화해위해 이 자리에…" 김대중 총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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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6·29는 내 꿈이자 이상">
○…노태우 대통령은 28일 출입기자들과 1시간40분동안 오찬을 겸한 간담회에서 시국문제와 6·29선언에 관한 자신의 심경을 비교적 꾸밈없이 토로.
노 대통령은 『6·29선언 추진에 있어 가장 큰애로는 인식과 발상의 전환이 제대로 되지않아 좋다는 것을 다 인정하면서도 여나 야나 나의 욕심대로 호응을 안해준 것』이라며 『결국 6·29는 나의 꿈이자 이상이므로 현실은 끈질긴 인내로 버텨나갈 수밖에 없다』고 피력.
노 대통령은 6·29선언 전후의 일들을 회상하며 『그때는 용기도 솟고 희망도 있었는데 요즘와서는 오히려 그렇지 못한면도 있다』며 『거리질서가 엉망이고 법과 질서가 무너진 현상이 많지 않느냐』고 먼저 질문.
그는 또 일부 좌경학생들의 학원내 폭력에 대해 『이제는 사표가 문제가 아니라 안되겠다고 고함치는 교수가 나올 것』이라며 『아직은 당당히 나서는 대학교수가 있다는 보고를 받지 못했다』고 언급.
노 대통령은 남북관계의 어려움을 설명하면서 『KAL기를 폭파한 김현희가 예쁘니까 아무말도 안하고 있지만 만약 그녀가 못생겼으면 여론은 빨리빨리 죽이라고 했을 것』이라며『김의 기소여부는 여러 차원에서 검토해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

<「연정제안」초고는 삭제>
○…김대중 평민당총재는 29일 오후 국회대표연설의 서두를 『지난72년 유신쿠데타로 의사당을 물러난지 16년만에 다시 이자리에 섰다』로 시작해 『16년만에 이 국회에 들어온 의미는 나를 핍박하고 미워하던 이들과 화해하기 위해 왔다』로 마무리.
김 총재는 민족의 대화해를 제창하면서 선결조건으로 △양심수석방 △전두환씨 일가 비리척결 △광주의거 진상규명 등을 제시하면서 전전대통령이 사죄하고 용서를 구해야할 것이라고 새로운 해결책을 제의해 주목.
김 총재는 3김 총재회당에서 제의했다가 다른 두 김씨가 반대하자 거둬들였던 남북정당·사회단체연석회의 주장과 관련, 북한측이 다시 제의하면 수용해야할 것이라고 우회적으로 말해자신의 주장에 강한 집념을 보였고 중국대륙과의 관계개선을 위해 대만과의 외교관계 수정을 정치인중에서는 가장 먼저 제의해 눈길.
김 총재는 『전두환씨는 광주의거진압에 대한 진상을 공개하고 살상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면 사죄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 문제를 푸는 확실한 길』이라고 전전대통령의 책임문제에 대한 한단계 진전된 입장을 피력.
한편 한 측근이 대표연설 초고를 마련하면서 협력의 차원을 넘어 민정당과의 연정을 제안할 것을 첨가했으나 이것 역시 김 총재가 삭제했다는 후문.

<경선 대상 놓고 설왕설래>
○…노태우 대통령의 차기 대통령후보 경선 시사발언이 나오자 민정당내에는 경선의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 및 대상자들을 놓고 설왕설래가 시작.
28일 기자간담회에서 있은 노 대통령의 발언은 당의 지도자에 대한 것으로 자연스레 인물이 부상되는 방법을 구상하는 것 같으며 그 전단계로 부총재제 활용을 염두에 둔듯하다고 해석.
한 당직자는 29일『후보자 경선이 이뤄지려면 당내민주화가 우선 정착돼야하고 그 과정에서 정치력을 갖춘 지도자들이 양성돼야한다』면서 『현 민정당의 여건상 경선은 부총재정도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
그는 『경선이 있으면 당내파벌이 불가피할텐데 승복의 자세가 부족한 한국적 정치상황에선 자칫 분열만 초래하고 있다』고 회의를 표시하면서 당내파벌이 생긴다면 △민간출신과거출신 △지역간 △강경그룹과 온건파 등으로 분류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레 예견.
경선 후보자로는 이종찬·정호용·이한동·김윤환·박준병씨 등이 거명되고 있는데 당사자들은 한결같이 펄쩍.

<"의장신분 망각한 발언">
○…평민당과 민주당은 김재순 국회의장이 6·29선언 1주년을 맞아 『그날이래 민주회복의 도정에 들어서게 된 사실이 감격스럽다』고 발언한데 대해 『의장이 신분을 망각한 발언』이라며 발끈.
김봉호 평민당정책의장은 『3권이 분립된 상황에서 그런 발언을 하는 것은 행정부를 의식해 현실을 왜곡한 것』이라며 『6·29선언에서 약속한 8개항은 직선개헌만을 제외하고는 아직도 완전히 실현된 것이 없다』고 했고, 이석현 부대변인은 또 하나의 『해바라기성 발언』이라며 공격.

<"야당도 완강하니 골치">
○…민정당의 김윤환 총무는 29일 오전『국회 본회의후 야당총무들과 국감·조법 및 증언·감정법 협상을 다시 벌여봐야겠다』면서 『그러나 구인제도 등 납은 쟁점들은 우리당에서 한발짝도 후퇴할 수 없는 것들이라 야당측의 양보를 기다려야하는데 그쪽역시 완강하니 골치만 아프다』고 난감한 표정.
이날 총무회담에선 대법원장·감사원장 임명동의안 처리에 대한 야당측의 협조도 당부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김 총무는 『법률협상과 인사문제는 별개사항』이라고 말하고 있으나 아무래도 「아쉬운」소리를 해야하는 민정당입장이고보면 임명동의안 처리가 법률협상에 어느정도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는게 지배적인 관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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