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수비작전에 말렸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체력·주력·신장등기본적 조건의 불리를 안고있는 한국축구로서는 두뇌싸움에서 우위를 점해야 대적이 가능할 상황인데도 오히려 전략상의 실착을 저질러 큰아쉬움을 남겼다.
체코는 24일의 준준결승에서 멕시코와 연장전까지 가는 힘든 경기를 치른후임을 충분히 감안, 처음부터 비기기를 차선책으로 삼아 소극적인 수비위주의 플레이를 펼쳤으나 한국A팀은 미리 이에 대비한 전략을 세워두지 않은채 경기에 임해 결국 대세를 그르치는 우(우)를 범하고 말았다. 한국팀으로서는 잔뜩 웅크린 체코의 두터운 수비대형을 이끌어내는등 교란시킬수있는 허허실실 (허허실실)의 양동작전등 다분히 변칙적인 기습역공을 중점적으로 시도했어야 했다.
한국은 당초 최상국(최상국) 변병주 (변병주) 두날개를 이용한 좌우돌파를 시도했으나 이미 수비수가 7명이나 가담해 있는 체코의 자물쇠 수비를 뚫기엔 역부족.
뒤늦게 최상국대신 김주성 (김주성)을, 다시 김삼수 (김삼수)로 교체, 미드필드 진용을 강화했으나 이미 계속된 공세로 지칠대로 지쳐있는 선수들에게는 무리한 주문일수밖에 없었다.
박종환 (박종환) 감독의 용병상 실수는 승부차기 오더작성에서도 재연됐다.
초긴박감속에 진행되는 승부차기는 노련한 플레이어를 기용하는게 순리인데비해 뜻밖에도 여범규(여범규)를 선발로 내세운데이어 역시 경험부족내지는 경기감각이 느슨해져있는 구상범(구상범)·정해원을 투입함으로써 스스로 침몰하고만 꼴이었다.
감독이 사령탑으로서의 판단에 따라 오더를 결정하는 권한과 책무를 포기, 선수들끼리 상의해 임전토록 했다는 뒷얘기가 사실이라면 이것도 중대한 문제다.
또 이번대회들어 드러난 MF진의 열세가 문제거리다. 여범규·노수진(노수진) 김삼수 (김삼수) 등이 주력인 링커진은 올림픽무대진출을 위해선 함량부족이라는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부지런한 의욕과 투혼은 모두 걸출하나 테크닉과 감각면에서 아직 설익은 풋과일같은 면모 일색이어서 과거 조광래(조광래) 박창선(박창선)등의 무르익은 플레이가 그리워지는 것이다.
아뭏든 서울올림픽을 불과 80일 앞두고 벌어진 이번대회 성적은 한국축구의 현주소를 반영하는 것이며, 이번 실패가 당연히 타산지석이 되어야 할것이다. <전종구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