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민·민주, 「광주」명칭놓고 대결국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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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책수행 소신있게 하라">
○…이현재 국무총리는 23일 국무회의에서 각부장관들에게 『정책수행에 있어 문제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 각부장관들이 위축되는 감이 없지 않다』며 『문제가 발생하면 정부차원에서 대처할테니 소신있게 밀고 나가라』고 독전.
이 총리는 특히 최근 빈발하는 학생시위 등 각종 불법집회와 노사분규·무질서한 교통질서 등을 지적, 『민주화와 자율화 분위기를 틈타 이같은 현상이 빚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올림픽 안전개최를 위해서라도 적극적으로 대처하라』고 지시.
이 총리는 이어 올림픽 안전대책에 대해 『99%는 있을 수 없으며 오직 1백%의 사전예방만이 올림픽 안전개최 성공을 보장할 수 있다』며 『가상 시나리오를 작성해 케이스별로 대책을 수립하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강조.

<"평민사정 복잡한 모양>
○…여야 4당 총무들은 24일 오전 조찬회담을 갖고 광주특위의 명칭협상을 마무리지을 예정이었으나 문제해결의 키를 쥔 김원기 평민당 총무가 당의원총회준비 등을 이유로 불참하는 바람에 김윤환 민정, 최형우 민주, 김용채 공화 등 3당 총무만 만나 식사만 하고 산회.
김 민정총무는 곧바로 국회에 나와 평민당의 의총결과를 초조한 모습으로 기다렸는데 결론을 또 미루었다는 보고에 『평민당 내부사정이 매우 복잡한 모양이구먼』이라고 혼잣말을 하며 난감해하는 표정.
김 총무는 『민정·민주·공화당이 의견을 같이하는만큼 표결처리 할 생각은 없느냐』고 의중을 떠보자 『장난이라도 그런 소리하지 말라』고 펄쩍뛴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계속 타협점을 찾아보겠다』고 다짐.
한편 민정당측은 평민당의 이같은 태도 배경에 대해 『혹시 광주특위의 본격가동을 오히려 꺼리고 있는게 아닌지 모르겠다』며 의혹을 표시.

<"민주태도에 배신감느껴">
○…「광주특위」이름을 둘러싼 그동안의 여야간 대립은 평민당이 「투쟁」을 고집하는데 반해 민주·공화당이 「운동」을 수용하기로 함에따라 시비가 평민당대 민주·당간의 대결국면으로 전화하는 느낌.
평민당의 이상수 대변인은 23일 오후 김대중 총재를 만나고 온후 사건을 전제로 『민주·공화당은 우리와 공동으로 특위구성안을 제안해놓고도 또다시 태도를 돌변, 민정당의·특위구성안에 동조하고 나섰다』면서 『우리 정치가 이처럼 무원칙하고 왔다갔다하는 것인가를 생각하면 정치입문자체에 회의를 느낀다』고 비판.
김원기 총무도 『이런 식으로 돼서야 3야당협력체제가 유지될 수 있을지…』라고 개탄했는데 한 당직자는 『민주당태도에 배신감을 느낀다』고 앙앙불락.
그러나 민주당의 한 고위당직자는 24일 『김원기 총무가 22일「민주화운동」수용의사를 시사해 우리당도 23일 당방침을 바꿨던 것』이라면서 『절차상 문제로 국회를 계속 공전시켜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본질문제조사를 지연시키려는 민정당 술책에 말려드는게 잘하는 일이라고 보느냐』고 반박.
그는 또 『평민당이 23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수용의사가 우세하다고 중간발표했다가 유보 결정을 최종적으로 해놓고는 우리당 방침을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비난하고 나오는 저의는 뻔하지 않느냐』면서 『자기들 입장만 살리려고 타당을 일방적으로 비방하고 있다』고 격앙.

<계속 공전에 느긋한 표정>
○…민정당은 광주사태 특위명칭을 놓고 평민당과의 신경전으로 국회가 계속 공전되고 있는데 대해 5공화국 비리조사 등 그렇지 않아도 부담이 컸는데 이번 국회가 그럭저럭 넘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있음에 오히려 갈됐다는 듯 느긋한 분위기.
윤길중 대표위원은 국회의 공전을 걱정하는 소리에 『우리 정치의 고질이 찬반 극한대결인만큼 이번만은 평민당과 끝까지 협상하여 모양좋게 국회를 끌고가야 한다』고 전례없이 합의정치를 강조.
다른 당직자는 『이번 국회에서 특위활동에 대비해 당이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 왔으나 지금 상황을 봐서는 이번 임시국회에서 특위의 실질활동이 불가능할 것 같다』면서 『임시국회가 끝나도 의원들의 외유가 줄을 이을 터여서 결국 올림픽전까지 특위활동은 별것이 없게될 것』이라고 전망.

<막후절충 내용까지 폭로>
○…민주당은 평민당의총에서 민주당을 「배신자』라고 규정한데대해 발끈, 그동안 평민당과의 막후절충내용을 폭로하고 『정치적 신의를 저버린 것은 오히려 평민당』이라고 정면 충돌.
서청원 대변인은 『우리당은 야권3당총재의 합의정신에 따라 민정당이 고집하면 야당이 합심, 표결처리하자고 한바 있다』면서 『그러나 평민당이 표결처리는 모양이 안좋으니 기다려달라고 요청, 이를 받아들인바있다』고 상기.
그는 『더구나 김원기 평민총무가 23일 우리당 최형우 총무와 명칭을 「운동」으로 하기로 합의하고 우리당의 당론으로 결정해달라고 요청해 이를 받아들인바 있다』고 주장하면서 『여기에 역사적 의미까지 담아 「운동」이란 명칭의 타당성까지 부여했는데 이제와서 거꾸로 뒤집어 씌울수 있느냐』고 흥분.
최형우 총무도 24일낮 평민의총이 끝난 뒤 『「민주화투쟁」으로 표결키로 한 3야당의 합의에서 한걸음 후퇴하여 협상을 계속하자고 나선쪽이 평민당인데 지금 와서 엉뚱한 소리를 하고있으니 적반하장격』이라며 비난.
민주당은 특히 김대중 평민당총재가 직접「배신」운운한 것은 3당 공동보조체제를 깨는 중대행위로 보고 긴급회의를 소집.

<재야인사 민정행사 참석>
○…『통일에 관한 모든 주장을 들어보자』는 취지로 「통일정책 국민대토론회」(27일)를 준비해온 민정당은 문익환 민통련의장·박형규 목사 등 재야의 거물들이 참석을 수락하자『드디어 모양을 갖췄다』며 반색.
민정당행사에 재야인사들이 참석하는 것은 처음있는 일인데 민정당은 이 사실을 소중히 (?)감추고 있다가 24일 이세기 당평화통일특위장의 기자간담회를 통해 발표.
당의 한 관계자는 『문익환·박형규씨가 우리당 행사에 오다니 세상 많이 달라졌다』며 『토론자의 면면을 보니 토론회가 아주 재미있을 것 같다』며 기대.
이 관계자는 『특히 서울대 총학생회장도 참석에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어 상당히 고무적』이라며 『우파성 학생도 초청해 격론을 붙여볼 방침』이라고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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