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주 성추행' 폭로자 "호텔 카페에 있었던 증거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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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봉주 전 통합민주당 의원으로부터 과거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 A씨가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27일 기자회견을 연 A씨는 사건 당일로 지목된 2011년 12월 23일 시간대와 관련 증거를 공개하며 성추행 사실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정봉주 전 의원에게서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여성 A씨가 27일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건 당일인 2011년 12월 23일 자신이 렉싱턴호텔에 있었음을 기록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포스퀘어' 게시물을 공개했다. [A씨 변호인단 제공]

A씨는 변호인단과 함께 이날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변호사회 1층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추행 사실을 부인하고 있는 정 전 의원의 입장에 대해 "성추행 사실이 있었다는 것은 진실"이라고 반박했다.

기자회견에 모습 드러내…"정봉주 진실한 사과 원한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서 당시 현장 찍은 사진 찾아" #정봉주 "정치적 의도 담긴 주장…순수하지 않은 의도"

앞서 A씨는 지난 7일 인터넷 언론 프레시안을 통해 “정봉주 전 의원이 이명박 대통령의 BBK 의혹 제기 사건으로 구속수감 되기 직전인 2011년 12월 23일 렉싱턴 호텔에서 성추행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날 A씨는 사건이 불거진 이후 처음으로 자신의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7일 프레시안이 A씨의 주장을 토대로 정 전 의원의 성추행 의혹 보도를 한 지 20일 만이다. A씨 측은 2차 피해를 우려해 사진 촬영은 불허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A씨는 기자회견을 통해 “제가 이 자리에 선 가장 큰 이유는 가장 중요한 증거인 이 사건의 피해자, 즉 제 존재 자체를 밝혀 제 미투가 가짜가 아니라는 걸 인정받기 쉬웠기 때문”이라며 “향후 제가 입을지도 모를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는 진실을 밝힐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27일 오전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열린 정봉주 미투 피해자 기자회견에서 A씨 측 하희봉 변호사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어 A씨 측은 정 전 의원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2011년 12월 23일’의 행적이 남아있는 증거를 제시했다. A씨가 위치 기반 서비스인 ‘포스퀘어’에 올린 렉싱턴 호텔 1층 카페·레스토랑에서 찍은 사진과 위치 기록 등이다. 포스퀘어는 GPS를 통해 자신의 위치를 입력하면 친구에게 공개할 수 있는 일종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다.

해당 자료에는 사건 당일 A씨가 렉싱턴호텔 안에서 혼자서 찍은 사진과 함께 ‘기다리는 시간’이라는 글이 담겨 있다. A씨는 “카페에서 당일 오후 5시 5분 체크인한 기록이 있고, 30분 뒤에 셀카 사진을 올린 기록을 발견했다”며 “이 기록으로 제가 렉싱턴 호텔을 방문해 정 전 의원을 기다리고 있던 시간을 특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앞서 정 전 의원 측이 2011년 12월 23일 자신의 행적을 증명할 수 있다며 경찰에 제출한 780장의 사진을 제대로 공개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A씨는“정 전 의원이 어떤 경로를 거쳐 정확하게 몇 시에 도착했는지는 내가 증명할 수 없다. 5분~10분 간격으로 780장의 사진을 찍은 기록이 있다고 말한 정 전 의원이 더 잘 알고 있으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정봉주 전 통합민주당 의원이 27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 전 대통령(MB)의 BBK 관련 의혹 제기로 기소됐던 사건에 대해 무죄를 주장하며 곧 재심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변선구 기자

한편 정 전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BBK 재심청구’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성추행 의혹을 재차 부인했다. 기자회견 후 취재진과 만난 정 전 의원은 자신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 “정치적으로 저를 저격하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며 “이유는 모르겠지만 정치적 의도를 가득 담고 있고 순수하게 느껴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A씨는 “내가 정 전 의원에게 바라는 건 공개적인 성추행 인정과 진실한 사과다"며 "내 말이 거짓이라고 주장하려거든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반드시 고소하시기 바란다”고 반박했다.

경찰은 현재 정 전 의원이 성추행 의혹을 제기한 프레시안 소속 기자를 고소한 사건을 수사 중이다. A씨 측은 조만간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해당 자료를 증거로 제출하고 정 전 의원 등에 대한 법적 조치도 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규진 기자 choi.kyu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