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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싸움' 번진 울산 기획수사 논란···5인 중 거짓말 누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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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경찰 기획수사 논란 둘러싼 ‘핵심 인물 5인’의 주장 

김기현 울산시장. [중앙포토]

김기현 울산시장. [중앙포토]

김기현 울산시장의 측근들 비리 수사를 둘러싸고 울산 현지에서 논란에 휩싸인 당사자들이 강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서울서는 갈등 진화, 울산서는 공방 거세 #한국당 “황 청장, 송 후보 측근도 만나” #송철호 후보 “진실 덮으려는 비겁한 술책” #울산경찰청 “일일이 대응 않겠다”

경찰 조사 대상은 아니지만 논란의 중심에 있는 김 시장은 26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기획수사’라는 생각에 변함없다”고 말했다. 그는 비리 혐의를 받는 형과 동생이 경찰 조사에 응하지 않고 잠적한 것과 관련해 “형·동생이 죄를 짓거나 돈을 받은 것이 없으니 피할 이유가 없지만 청부수사를 하는 수사관에게 맡길 수 없어 조사에 불응한 것”이라며 “해당 수사관을 수사에서 배제한 뒤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라고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새롭게 불거진 국회의원 시절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에 관해서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김기현 시장 “형·동생 죄 없어, 조사받으라 권하는 중”

지난주 울산지방경찰청을 항의 방문하고 경찰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등 정치 공세에 앞장선 정갑윤 자유한국당 울산시당위원장은 “김 시장의 울산시장 단독 후보(자유한국당) 공천이 확정되는 날 울산시청을 압수수색한 것은 우연치고 너무 절묘하다”며 “김 시장을 흠집 내기 위한 기획수사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26일 개인 계정 SNS에 글을 올려 6.13 지방선거라는 중요한 경기에서 경찰이 편파적 불공정 심판을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23일에는 정 의원과 박맹우 자유한국당 의원 등 당원 300여 명이 모여 울산청 앞에서 집회를 했다. 자유한국당 울산시당은 황운하 울산경찰청장은 물러나고 사건을 울산지검에 이관하라는 주장을 담아 규탄대회를 계속할 계획이다.

23일 울산지방경찰청 앞에서 자유한국당 의원과 당원들은 집회를 열고 경찰의 김기현 울산시장 동생과 측근 수사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울산지방경찰청 앞에서 자유한국당 의원과 당원들은 집회를 열고 경찰의 김기현 울산시장 동생과 측근 수사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갑윤 한국당 의원 “김 시장 흠집 내기 위한 기획수사”

울산 경찰의 반발도 거세다. 황 청장은 25일 새벽 개인 계정 SNS에 “부패 비리에 대해 어떠한 정치적 고려도 없이 원칙대로 수사하는 것뿐인데 그 대상이 야당 인사라는 이유만으로 정치경찰이라는 비판을 감수해야 하는 건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더구나 그 표현방식이 지나치게 거칠어 심한 모욕감으로 분노감을 억제하기 힘들다”고 썼다.

자유한국당이 문제 삼은 송철호 울산시장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변호사)와 만남에 관해서는 “여당 인사(송철호)를 만난 시점은 지난해 9·12월로 문제의 사건들에 대한 고발장이 접수(1월 초)되거나 첩보가 이첩되기 전의 일들”이라며 “그 여당 인사가 시장 예비후보였다면 대화 주제를 떠나 만남 자체를 갖지 않았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황운하 울산청장 “원칙대로 수사할 뿐”

하지만 자유한국당 울산시당 관계자는 “황 청장이 송 후보와 2회 만났을 뿐 아니라 송 후보의 측근을 수차례 만났다”며 “공직자가 아닌 일반인인 송 후보를 만나 경찰 현안 등을 얘기했다는 것은 중립성을 상실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송 후보는 이에 대해 처음 언론에 입장을 밝히며 “황 청장과 두 차례 만난 것이 맞다. 첫 번째 만남에서 황 청장이 식대를 계산한 것이 마음에 걸려 저녁을 사려고 다시 만나자고 했다”면서 “울산의 노동 운동, 경찰의 수사권 독립 등에 대한 의견을 서로 나눴다”고 말했다. 측근이 황 청장을 만났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측근이 누구를 말하는지 모르겠고 나와 가까운 사람이 황 청장을 자주 만났다는 얘기를 전혀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수사가 정치 공작이라는 자유한국당의 주장과 관련해 “제가 가담한 기획수사라는 것은 소설 같은 얘기”라며 “부끄러운 진실을 덮거나 시선을 돌리기 위한 비겁한 술책”이라고 비판했다.

김기현 울산시장 비서실 압수수색과 관련해 지난 21일 울산지방경찰청을 항의 방문한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들이 황운하 청장의 답변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김기현 울산시장 비서실 압수수색과 관련해 지난 21일 울산지방경찰청을 항의 방문한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들이 황운하 청장의 답변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송철호 울산시장 예비후보 “기획수사? 소설 같은 얘기”

서울에서는 이철성 경찰청장이 나서 자유한국당과 경찰 간 공방이 수그러든 분위기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이 “정권의 사냥개가 광견병까지 걸려 정권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닥치는 대로 물어뜯기 시작했다. 미친개는 몽둥이가 약이다”라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 파장이 커지자 이 청장은 26일 기자간담회에서 “울산청의 수사는 정당하다”면서도 “서로 냉정을 찾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서로 표현을 자제하고, 공무원으로서도 그렇고 국가적으로도 소모적인 얘기는 안 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철호 울산시장 예비후보.[중앙포토]

송철호 울산시장 예비후보.[중앙포토]

이 청장은 지난 19일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등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경찰청을 항의 방문했을 때 역시 “황운하 청장은 경찰청장에게도 직언하는 사람인데 정권이 시킨다고 수사를 하겠느냐”며 진화에 나선 바 있다.

한편 직권 남용 혐의를 받아 피의자로 입건된 박기성 울산시장 비서실장은 26일 오전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박 실장은 “10년 넘게 알고 지내던 울산레미콘조합 이사장(A 레미콘 대표)에게서 ‘울산 지역 업체를 신경 써 줄 규정 같은 것이 없느냐’는 말을 들었다. 나는 전문 지식이 부족하니 시청 도시국장을 찾아가라 말하고 도시국장에게 울산레미콘조합 이사장이 찾아갈 것이라고 했다”며 “제게 접수된 민원을 도시국장에게 넘긴 것이 직권 남용이라면 도대체 피해자는 누구냐”고 토로했다.

울산시장 비서실장 “피해자 없는 직권 남용 말 안돼”

이어 박 실장은 “때린 놈은 있는데 맞은 사람이 없다”며 “피해자가 없거나 피해자가 조작됐다면 황운하 청장님과 수사팀은 어떤 책임을 질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직권 남용 피해자로 추정된 울산 북구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 소장이 일부 언론에서 “외압을 받은 적이 없다”고 한 데 따른 주장이다.

박기성 울산시장 비서실장이 26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황운하 청장이 정치적 살인을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박기성 울산시장 비서실장이 26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황운하 청장이 정치적 살인을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직권 남용죄는 피해자가 없는 범죄이지만 그 행위를 당한 사람의 진술이 없으면 범죄를 입증하기 어렵고 다른 증거에 따라 범죄 성립 여부가 결정된다.

이와 관련해 울산경찰청은 “수사하고 있는 사안이라 답하기 곤란하다”며 “정치적 고려 없이 공명정대하게 수사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울산=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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