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편성권」없인 변신 어렵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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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문교부 위촉으로 구성된 정신문화연구원 발전연구위원회가 2개월여의 논의를 거쳐 2일확정·건의한「정문연개편안」은 그동안「정권안보 이데올로기 홍보의 성격이 강하다」는 비난을 받아온 국민정신연찬기능을 없애겠다는 점에서 일단 평가받을만하다.
그러나 이번 개편안에서는「한국사회발전에 필요한 연찬은 자율적으로 실시한다」는 모호한단서가 달려있어 이것이 시대상황의 변화에 따라서는 다시 정문연의 성격을 오도할 가능성도 없지않다.
이처럼 연수기능에 모호한 부분을 남겨놓은것은 정문연의 설립목적을 한국문학중심의 인문·사회과학연구기관임을 명시하도록 재구성한다는 안에 비추어볼때 논리상 무리가 있을수도 있지만 연구위원들간에 정문연의 적극적인 대사회적 기능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문교부 관할로 예산편성의 자율성을 확보하지 못한상태에서는 이러한 중도적 타협방안이 효과가 있을지 의심스럽다.
이 부분에 대해 정문연의 한 관계자는 『정문연의 연찬기능은 한국문화의 정수를 사회각계에 널리 알리기 위해 마련된 것인데 최근 3∼4년사이 급격히 내용이 이데올로기 홍보로 바뀌었다』고 말하고 그 원인은『예산편성 과정에서 정부가 요구하는 사업활동을 크게 부각시켜야만 예산확보가 쉽다는데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정문연이 국학연구의 본산으로서의 기능을 손색없이 하기 위해서는 예산을 비롯한 정문연운영의 「자율성」확보가 가장 시급한 문제.
이를 위해 발전연구위가 내놓은 방안은 원장직속의 연구운영위원회를 정문연 내외의 저명학자들로 구성, 연구의 기본방향설정과 연구과제 선정에 참여토록하고 정문연의 활동상황과 방침을 정기적으로 공개한다는것.
이러한 과정은 자율성확보를 위해서는 필요한일이지만 보다 핵심은 예산운영의 자율성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문연의 격을 높여 총리 또는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하거나 기금을 조성해 그를 토대로 독자적 활동을 보장하는 방안도 고려해 봄직하다.
이밖에 연구부를 크게 확대하고 인문사회과학의 각 분과학문을 실단위로 격을 높여 연구토록한 이번 개편안은 연구기관으로서의 면모를 살리는데는 꼭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이것은 연구원수의 증가등 보다 많은 예산을 필요로 하는 일이어서 현재의 예산범위내에서는 실질적 효과를 얻기가 어려운 형편이다.
부속대학원의 학과를 역사학과와 국민윤리학과 2개로 되어 있는것을 통합, 한국학과1개만을 설치토록한 것은 이미 각 대학등의 대학원에서 담당하고 있는 분과학문을 중첩시킬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합리적인 방안으로 볼수있다. <강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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