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들과의 씨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교제하고 있던 지금의 남편과 결혼을 한 나는, 지금 연년생인 두 아들의 치다꺼리에 눈앞의 하루에도 허덕허덕 혼이 빠진다. 모든 것에 서투르고 미숙한 새댁에서 순식간에 엄마까지 되고보니 혼자 감당해 나가기가 힘겹고 벅차기만 한데 두 돌이 지난 큰아이와 멀지않아 돌상을 받게될 작은아이는 엄마의 절박한 사정도 아랑곳없이 매사 너무나 비협조적이기만 하다.
며칠 전 내가 싱크대에 쌀을 씻어놓고 잠시 베란다에 나갔다 들어와 보니 큰 아이의 손이 쌀바가지에 닿았는지 그것을 엎어놓고 온통 쌀과 물투성이인 부엌바닥에서 두 아이는 신났다고 뒹굴며 놀고 있었다. 그날 따라 두 아이 모두 유별나게 일거리만 장만하여 하루종일 엉망진창으로 나를 파김치가 되게 하더니만, 남편의 귀가시간 무렵인데도 무엇하나 제대로 준비된 것이 없어 허둥대고있는 차에 또 다시 일을 저질러 놓은 것이었다.
정말 난감하고 속이 상해서 용감무쌍한 두 녀석을 향해 목소리를 높이고 말았다. 주저앉아 엎질러진 것들을 치우며 내 기세에 놀라 쌍고동을 울리고 있는 아이들에게 『제발 엄마 사정도 좀 알아주렴』『너희들이 효도하는 셈치고 엄마 바쁠 때는 얌전히 있어주면 안되겠니?』하면서 하소연을 하다보니 하루종일 지친 탓인지 나도 모르게 훌쩍훌쩍 눈물이 나오고 말았다.
뒤이어 귀가한 남편은 내 사정도 모르면서 너무나 재미있어 하는 표정으로 우리 셋을 지켜보다가 누가 엄마고 누가 아이인지 모르겠다며 껄껄 너털웃음을 웃는 것이었다. 남편의 도움으로 모든 것이 빨리 준비되어지기는 했지만 그 이후 출근할 때마다 남편은 『울지 말고 아이들이랑 사이좋게 잘 놀아』하며 나를 놀린다.
부모가 되어보지 않으면 결코 부모의 마음을 알 수 없다고들 하더니 내가 엄마가 되고 보니 그 말의 참뜻을 조금은 알 것도 갈다.
아가들아 !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라나 주렴.
배선희<서울특별시 종로구 통의동 46의3번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