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미투 운동' 농담 따먹기식 발언, 여야 5당 대표 사과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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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 [중앙포토]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 [중앙포토]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이 "여야 5당 대표가 법적 뒷받침을 해주진 못할망정 농담 따먹기식 발언으로 관련된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것에 대해 사과하라"고 말했다.

나 의원은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치권이, 국회가 마땅히 시작했어야 하는 일을 힘없는 피해자들의 목소리 덕분에 여기까지라도 왔다"라며 "여기에 법적, 제도적인 뒷받침을 해주진 못할망정 농담 따먹기식 발언으로 관련된 사람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준 것에 대해 5당 대표는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 의원은 "미투운동은 단순히 여성 피해자의 남성 가해자에 대한 폭로의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대부분의 피해가 몸담고 있는 업무 공간에서 상사에 의해 이루어지는 터에, 단순히 본인의 문제를 넘어 해당 조직에서 고락을 함께했던 동료 선후배들과의 관계까지 엮여있게 마련"이라고 적었다.

이어 "용기 있게 피해 사실을 공개하고, 가해자가 응당한 대가를 치른들 피해자의 마음이 마냥 편할까. 이런 양가적인 감정 때문에 쉽사리 용기를 내지 못하고, 용기를 냈던들 내부의 또 다른 권력관계에 의해 묻히기 일쑤"라며 "이를 방조하고, 적극적으로 같이 나서주지 못했던 우리 모두가 가해자"라고 했다.

[사진 나경원 페이스북]

[사진 나경원 페이스북]

나 의원은 "남성, 여성을 떠나 사회 곳곳에 켜켜이 박혀 있는 일상처럼 되풀이 되고 있는 수많은 순간에서 '나는 당당하게 나섰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 것인가"라며 "남녀 편 가르기, 이념 편 가르기를 넘어 사회 구조적인 문제로 접근하고 풀어나가야 하는 엄중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전날 여야 5당 대표는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오찬을 하기 전 미투 운동과 관련해 대화를 나눴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청와대 참모진에게 “안희정 사건 딱 터지니까 밖에서는 임종석이 기획했다고 하더라고”라고 했다. 그러자 임종석 비서실장은 “대표님이 (미투 운동에서) 무사하니 저도 무사해야죠”라고 응수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한민국 남성들이 그렇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 별로 없을걸”이라고 말해 남녀 편 가르기를 조장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홍수민 기자 su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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