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프리메라리가] "이천수, 윙자리가 적임일 듯"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2면

지난 시즌 레알 소시에다드가 세계 최고의 전력을 갖췄다는 레알 마드리드와 시즌 막판까지 리그 우승을 놓고 접전을 벌였던 이유를 이곳 축구 전문가들은 세가지로 풀이하고 있다.

첫번째는 드누에 감독의 치밀한 용병술, 두번째는 선수들의 조직력을 바탕으로 한 탄탄한 팀 플레이, 세번째는 코바세비치(20골).니하트(23골)라는 가공할 만한 골잡이 듀오가 있었다는 것이다.

지난 시즌 코바세비치-니하트 투톱 시스템에 한껏 재미를 본 드누에 감독이 이 환상의 듀오를 이번 시즌에도 그대로 유지할 것은 자명한 일이다.

다만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한 올시즌 훨씬 더 많아진 경기를 어떻게 소화해낼 것이냐 하는 것이 과제다.

이천수 선수에 대한 드누에 감독의 복안은 니하트가 맡고 있는 처진 스트라이커 자리에 공백이 생길 경우 대체 선수로 쓴다는 것이다. 실제로 드누에 감독은 프리시즌과 정규시즌 두 경기에서 주로 이 자리에 이천수를 기용했으며, 공식 기자회견 석상에서도 "이천수는 매우 빠른 선수며, 니하트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선수"라고 말했다.

이천수는 지난달 30일과 2일(현지시간), 선발 출전이라는 다소 파격적인 대우를 받으며 프리메라리가에 발을 내디뎠다. 그리고 니하트의 부상으로 인해 맡게 된 처진 스트라이커 자리를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현지 언론은 오른발.왼발을 가리지 않고 슈팅을 날리는 모습, 그리고 빠른 스피드를 이용해 거침없이 돌파하는 장면에 찬사를 보냈다. 그러나 셀타 비고와의 경기에서 세번에 걸친 결정적인 찬스를 골로 연결시키지 못했다는 점에서 '에어리어(area)의 킬러'는 아니라는 평가도 있었다.

약간 김새는 얘기일 수도 있지만 이천수와 관련해 보다 냉정하게 따져봐야 할 게 있다. 바로 포지션 문제다. 처진 스트라이커는 니하트와 경쟁을 해야 하는 자리다. 축구선수가 다른 선수와 포지션 경쟁을 한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그 상대가 팀내 득점왕이라는 사실이 못내 부담스럽다.

이천수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번 시즌은 스페인 및 유럽 축구계에 자신을 확실하게 알려야 하는 중요한 시기다. 그렇다면 '매 경기 선발 출전'이라는 티켓을 확보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이천수의 빠른 스피드와 센터링 능력을 고려한다면 가장 이상적인 포지션은 왼쪽 또는 오른쪽 윙으로 볼 수 있다. 현재 레알 소시에다드의 왼쪽 윙은 데 페드로가, 오른쪽 윙은 카르핑이 맡고 있다.

두 선수 모두 기술과 센터링 면에서 탁월하지만 30세 이상의 고령(?)이라는 약점이 있다. 어느 쪽이든 이천수가 고정적으로 출전만 할 수 있다면 코바세비치-니하트 듀오와 함께 삼각 편대를 형성할 수 있다.

그의 능력을 배가시킬 수 있는 포지션이다. 이렇게 되면 지난 시즌 레알 마드리드가 보여준 호나우두-라울-피구의 '트리덴테(Tridente)'가 레알 소시에다드에서 재현되는 셈이다. 이천수로서는 한번쯤 찬찬히 따져볼 대목이다.

*** 김준한 통신원은…

본지는 이천수 선수가 뛰고 있는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의 소식을 더욱 빠르고 깊이있게 전하기 위해 현지 언어 및 문화에 정통하며 축구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김준한(38)씨를 마드리드 통신원으로 위촉했습니다.

金통신원은 한국외국어대와 대학원에서 스페인어를 전공하고 1995년 스페인으로 건너가 현재 아우토노마 대학에서 박사과정(언어학)을 밟고 있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