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의 소신과 「정치상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야권3당 연합의 위력이 과시되고있는 속에 야권의 공동보조에 틈새를 보인 사건이· 발생했다.
25일 육사출신끼리 모인 야권3당 인권위원장회의는 구속자 석방을 위한 특별입법의 법 체계상 문제를 둘러싸고 심한 대립을 보였다.
강신옥 민주당위원장은 『사면은 헌법상 대통령의 고유권한으로 법률로 사면을 강요하는 것은 위헌』이라며 강력한 반대입장을 개진했다. 이에 조승형 평민당위원장은 『확정된 재판절차에 따른 형의 집행에 관여하는 것이므로 사법부의 고유권한을 침해하는 것은 아니다』고 맞섰다.
강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정부측의 구속자 석방 조치가 미흡할 때 3당은 특별입법 등을 통해 이를 실현하겠다』는 지난18일 3김 회담의 공동성명을 뒤엎는 것이었다.
강 위원장은 3김 회담이 야권의 진로를 결정해준다고 하나 제대로 검토되지 않은 사항은 고쳐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특별입법이 묘수라는 발상 자체가 잘못』이라는 그의 주장은 3김 회담의 「무 오류성」을 비판하는 소신 있는 행동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또 야권의 수적우세를 업은 「국회 만능주의」에 대한 내부 경종으로 인상깊게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문제 제기 방법이 서툴러 적전 분열 인상을 주면서 야권3당의 협력체제에 자칫 균열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는 것은 지적돼야할 것 같다.
이에 따라 이 문제는 잠복성 대립문제로 후퇴했으나 이날 평민·민주당간의 대립은 시기적으로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이날 회의는 특별법의 적법성보다 구속자 문제에 대한 정부·여당의 소극적 자세 전환의 배경과 새로운 대책 마련에 치중했어야했다.
특별입법 논쟁은 자칫 특별법이 있어야만 구속자 석방이 될 수 있는 것으로 초점을 흐릴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이날의 3당 인권위원장회의가 특별법 제정을 둘러싸고 야권내 이견을 노출함으로써 구속자 석방자체의 타당성이나 정당성에 의문을 갖게 하는 오해를 초래했다면 결코 바람직스런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법을 전공한 사람으로 자신의 소신을「정치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당당히 펼친 강 위원장의 태도가 나름대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분위기도 필요한 것 같다.
박보균 <정치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