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VC제품 중금속함유…인체에 해롭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PVC가 인체에 해롭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인데도 일상생활용품 가운데는 아직도 아무런 규제나 제한없이 쓰이고 있어 국민건강에 중대한 위해요소가 되고 있다. 이러한 제품가운데 현재 가장 말썽이 되고 있는 것이 식품포장용 필름(랩)과 비닐장판.

<생활용품 무엇이 문제인가>
랩은 과채·생선·육류등 모든 식품의 상품가치를 높이고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널리 쓰이고 있는 것으로 식품점이나 가정에서는 물론 음식점에서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랩은 그 사용원료에 따라 PVC(염화비닐)랩, PE(폴리에틸렌)랩등으로 구분되는데 문제는 이 PVC랩에 있다.
한국과학기술원 김정엽박사(고분자화학 연구실장)는 PVC제품에서는 주원료인 VCM(염화비닐 단량체)과 안정제·가소제등 세가지가 문제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VCM은 74년 미국에서 PVC제조공장 종업원 3명이 간암으로 사망했다고 보고되면서 각국에서 엄격히 농도를 규제하고 있으며, 열에 대한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안정제에는 납·카드뮴등의 유해중금속이 들어있어 음식물과 접촉되는 용기나 포장지에는 사용할수 없도록 되어있는 것이다.
또 PVC가 실온에서 딱딱하고 잘 부서지는 것을 막기 위해 사용되는 가소제는 가소성이 좋고 값도 싼 프탈산계가 많이 쓰이고 있는데 이것은 체내에서 분해되지 않고 축적됨으로써 다음 세대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같은 이유등으로 외국에서는 최소한 식품포장용랩에는 PVC랩이 쓰여지지 않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그렇지가 못한 형편이다.
현재 국내에는 5개사에서 랩을 생산하고 있으나 1개사 제품만이 외국과 같은 PE랩이고 나머지 4개사제품은 PVC랩이며 실제로 이들 PVC랩에서 프탈산이 최고 4천4백PPM이나 검출되고 있는데도 당국은 방관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우기 가소제는 기름기에 잘 녹기 때문에 기름진 식품이나 가열식품에는 쓸수없는데도 이것마저 지켜지지 않고 있는데 최근 한국부인회에서도 PVC랩 불매운동을 벌인바 있다.
PVC장판도 마찬가지다. 안전한 가소제가 있는데도 값이 싼 프탈산계의 가소제가 사용되고 있으며 제품수명연장과 열화를 막기 위해 사용되는 안정제도 중금속을 함유하고 있어 인체에 해를 주게 되는 것이다. 더욱이 장판은 뜨거워지면 이같은 유해성분의 용출이 더욱 촉진되어 방바닥을 기어 다니는 유아에게 흡수될 위험이 높다.
일본식품분석센터가 국내의 비닐장판 2종을 분석한 결과 가소제로 쓰이는 프탈산계 화합물이 12만∼15만PPM이나 검출되어 미국제품의 2∼3배수준이었으며, 또 납이 최고 2천1백PPM, 카드뮴이 46∼1백19PPM이나 검출되어 미국제품에 비해 엄청난 차이를 보였다는 것이다.
김박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못하고 있는 것중의 하나가 비닐장판문제라고 전제하고 장판이 입으로 들어가는 식품이 아니라고 해서, 그리고 장애가 금방 나타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더이상 방치돼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종오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