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읽기] 패스트푸드의 속임수 말해 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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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먹지 마, 똥이야!
모건 스펄록 지음,
친구미디어, 352쪽,
1만3000원

아무렴 똥을 먹을까. 하지만 그게 똥인 줄을 미처 모르고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싸고 맛있고 편리하고 게다가 현대적으로까지 느껴지는데 입맛 다시지 않을 이유가 없다. 저자는 "그게 바로 패스트푸드의 속임수"라고 일러준다. 귀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누구도 아닌, 영화 '슈퍼 사이즈 미' 를 만든 모건 스펄록의 말이기 때문이다.

2004년 개봉한 '슈퍼 사이즈 미'는 한 달 동안 맥도널드 햄버거만 먹은 스펠록의 신체적.정신적 변화를 추적한 것이다. 스펄록의 몸무게는 11㎏, 혈중 콜레스테롤은 7%가 늘었다. 심장마비 가능성은 두 배로 커졌다. 결정적으로 여자 친구는 "성 생활이 예전만 못하다"며 투덜댔다. 영화의 반향은 컸다. 세계 패스트푸드산업 매출에 영향을 줄 정도였다.

그만으론 성에 안 찼던 걸까. 스펄록이 영화 제작 2년 후 펴낸 이 책은 패스트푸드의 해악을 보여주는 자료들로 가득하다.

저자는 "패스트푸드는 음식으로서의 존재 가치를 상실했다"고 말한다. 그럴듯한 맛과 냄새를 갖고 있지만 이는 화학 물질의 절묘한 배합 덕분이다. 프렌치프라이(감자튀김)만 해도 부분경화 대두유, 쇠고기 천연향, 발색제인 산성피로인산나트륨 등이 들어 있다. 햄버거를 만들기 위한 450g의 간 쇠고기에는 수십 마리, 심지어는 수백 마리 소의 고기가 섞여 있다. "쇠고기는 버려지는 부분이 거의 없다. 남은 조각과 찌꺼기들은 한데 모아 갈아서 소들의 사료로 준다. 그 사료를 먹은 소들을 갈아 우리가 먹는다."

스펠록의 주장은 명료하다. '슈퍼 사이즈 햄버거'와 '휴지통만한 탄산음료'를 더 이상 먹어서는 안 된다. 패스트푸드사의 집요한 마케팅으로부터 아이들을 구해야 한다. 또한 되돌아 볼 것은 각자의 소비생활이다. "과소비 유행병은 우리가 입 안에 집어넣는 것들로부터 시작된다." 소비하고, 소비하고, 그래도 행복하지 않다면 그만 소비해야 한다. 지구를 위해, 아이들을 위해, 우리 영혼의 안식을 위해.

이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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