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다문화 가족 사진 찍어 드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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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행사에 참가한 다문화 가정 아이와 함께 사진을 찍은 김선애 이사장(왼쪽). [사진 사랑정원]

행사에 참가한 다문화 가정 아이와 함께 사진을 찍은 김선애 이사장(왼쪽). [사진 사랑정원]

지난 3일 인천시 중구 신포국제시장 옆 한 카페. 출입문에는 ‘가족사진 찍기 행사’라는 글이 적힌 A4용지가 한장 붙어있었다. 카페 안쪽으로 들어서자 빨간 하트가 새겨진 옷을 입은 20여 명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들은 (사)사랑정원 김선애 이사장과 재능기부자들이다.

4년째 사랑 전하는 김선애 이사장

사진을 찍는 이들이 “점프”를 외치자 가족들은 손을 꼭 잡고 일제히 뛰어올랐다. 가족사진 속 주인공들은 탈북자·다문화 가족들이다.

“점프”를 외치는 이유에 대해 김 이사장은 “서로의 손을 잡고, 서로 눈을 맞추며 배려해 줘야 동시에 점프할 수 있다”며 “그 과정에서 가족들은 웃을 수 있고, 하나가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족 간 유대 관계가 약화한 지 오래고, 가족사진은 휴대전화 속에만 있는 것이 돼 버렸다”며 “특히 탈북자와 다문화 가정이 대체로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다 보니 가족의 화합은 더욱 멀어질 수밖에 없다. 그걸 깨주고 싶었다”고 했다.

김 이사장과 재능기부자들이 가족사진 행사를 시작한 것은 2015년부터다. 김 이사장은 2005년부터 개인적으로 탈북자와 다문화 가정을 돕는 사업을 해오던 중 함께 했던 재능기부자들이 ‘가족사진 찍기’를 제안하면서다. 김 이사장과 재능기부자들은 이날 하루 열 가족의 사진을 찍었다. 그동안 모두 60여 가족의 사진을 찍어줬다고 한다. 사진은 대형 액자, 탁상용 작은 액자 등에 넣어 무료로 전달해 준다.

탈북자와 다문화 가정을 위한 공연도 한다. 발레와 살사, 힙합 등 다양한 공연을 선보이며 대한민국의 문화를 알렸다. 김 이사장은 “대한민국에서 건강하게 정착했으면 하는 마음에 공연 등 각종 행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랑정원에는 70여명의 재능기부자가 있다.

김 이사장은 “기부는 돈도 중요하지만, 사랑과 열정이 매우 중요하다”며 “내 힘이 닿는 그 날까지 어렵고 소외된 이웃에게 작은 희망, 대한민국의 따뜻함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인천=임명수 기자 lim.myouns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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