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할머니 아들 행세해 전 재산 가로챈 이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중앙포토]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중앙포토]

아들 행세를 하며 이웃집 치매 할머니가 기초생활수급비 등을 쓰지 않고 모은 전 재산을 가로챈 5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1일 인천 남동경찰서는 준사기 혐의로 A(54)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A씨는 2016년 8월 25일부터 지난해 12월 22일까지 인천시 남동구 한 다세대주택에서 이웃집 할머니 B(85)씨를 속여 모아둔 전 재산 2500만원과 매달 들어오는 기초생활수급비 약 1000만원 등 3500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2012년부터 이 다세대주택 2층에 살던 A씨는 10여 년째 1층에 살던 B씨가 평소 친인척 등의 왕래가 없는 독거노인인 것을 알고 지낸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2016년 평소와 다르게 혼잣말을 하거나 공과금을 어떻게 내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등 B씨에게 치매 증상이 나타난 사실을 눈치챘다.

때마침 B씨가 매달 53만원가량 받는 기초생활수급비 통장의 비밀번호가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자 A씨는 “도와주겠다”며 은행에 동행했다.

B씨 아들이라며 은행 직원을 속인 그는 통장 비밀번호를 알아낸 뒤 할머니 명의의 통장 체크카드도 발급받아 자신이 갖고 다니며 틈틈이 B씨의 돈을 빼내 쓴 것으로 조사됐다.

A씨와B씨 모두 결혼을 하지 않아 함께 사는 가족이 없었다. B씨 동생들은 오래전부터 해외에 거주했으며 국내에 남은 유일한 혈육인 조카도 타 지역에서 떨어져 살았다.

A씨 범행은 “통장이 없어졌다”는 B씨 말을 수상하게 생각한 동 주민센터 직원의 신고로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경찰은 치매 증상 탓에 판단력이 흐려진 피해자를 상대로 범행한 점을 고려해 A씨에게 사기죄가 아닌 준사기죄를 적용했다.

A씨는B씨의 전 재산을 가로채 2500만원은 성인오락실에서 유흥비로 탕진하고 매달 들어오는 기초생활수급비는 생활비로 썼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피해자와 이웃이라 보복할 우려 때문에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것도 검토했다”면서도 “A씨가 출석 요구에 잘 응하고 범행도 모두 자백해 도주 우려가 없는 것으로 보고 구속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 할머니는 동 주민센터 사회복지 담당자와 협조해 조카가 사는 지역의 요양병원으로 거처를 옮겼다”고 덧붙였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