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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서훈, 김영철과 26일 비공개 만찬 … 국정원 남북대화 전면에 나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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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훈

서훈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0일 방한 중이던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을 접견했을 때 사전에 예고하지 않았던 인사가 자리에 등장했다. 서훈 국가정보원장이다. 청와대는 전날 오후 배석자로 “우리 측 참석자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조명균 통일부 장관 등”이라고만 밝혔다. 지난달 25일 강원도 평창에서 진행된 문 대통령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면담 때도 주무장관인 조 장관이 빠지고 대신 서 원장이 참석했다.

북 회담통 맹경일, 19일간 남한 체류 #국정원과 깊은 대화 나눴을 가능성

이처럼 최근 남북 관계 회복 국면에서 국정원이 전면에 등장했다. 김여정 방한 때는 김상균 국정원 2차장이 밀착 마크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특히 김영철이 왔을 때 일정이 공개되지 않았던 지난달 26일 만찬은 서 원장과 함께한 것으로 확인됐다. 통일부의 공식 대북채널 외에 별도로 국정원 라인이 움직인다는 방증이다.

지난달 7일 방한했다가 26일 귀환한 맹경일 통일전선부 부부장과 국정원 사이에 향후 남북 관계 등과 관련한 물밑 대화가 오갔을 것이란 추정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맹 부부장은 노무현 정부 때 남북 장관급 회담 대표를 맡는 등 대표적인 회담통”이라며 “1월 9일 남북 고위급 회담 때 회담 테이블 뒤에서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을 지휘했던 역할을 했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그의 직책이나 과거 경력을 고려하면 단순히 북한 응원단을 지원하기 위해서만 방한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3일간 머물렀던 김영철보다 19일 동안 한국에 머물면서 평양과 수시로 연락채널을 유지했던 맹경일과 오히려 밀도 있는 대화가 진행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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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은 북·미 대화의 중재자 역할에도 나서고 있다. 지난달 10일 취소된 북·미 접촉과 관련해 미국은 지난달 2일 중앙정보국(CIA)을 통해 보고가 됐다고 밝혔다. 서 원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CIA 국장 라인이 가동됐다는 뜻이다.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 방한을 기해 앤드루 김 미국 CIA 한국임무센터(Korea Mission Center·KMC) 센터장이 극비 방문했다는 얘기도 나돈다. 이게 사실일 경우 한·미 정보 라인 차원에서 조율이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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