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모살속 일부업종재미 "짭짤"|외채쓴 기업 환차익으로 숨은 장사|윤입상들도 시판가 묶어 알짜 챙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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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원고몸살이 국내경제를 강타하는 가운데 업종간·기업간에 명암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대미달러환율이 지난 85년말 달러당 8백90원20전이던 것이 86년말에는 8백61원40전, 87년말에는 7백92원30전으로 뚝 떨어졌고 올해 들어서는 그 속도가 더 빨라져 지난 16일 현재 7백34원90전으로 연초대비 7.8%라는 숨가쁜 절상을 계속하고 있다.
이처럼 원화절상이 계속될 때마다 각 기업체 및 경제단체, 그리고 정부에서는 그것이 국내경제에 미칠 악영향만을 강조, 업종간·기업간에 줄 손익효과를 냉정하게 따져보지 못한 게 사실이다.
널리 알려진대로 완구·타이어·섬유·가죽제품등 저부가가치 산업의 중소기업들은 원고로 수출채산성이 크게 타격을 받고 1달러에 7백원선을 분수령으로 도산이 잇따를 것이라는 우려들이 매우 높다.
그러나 이같은 이면에는 음식료·석유화학·제지·화장품등 국내 내수위주업종과 달러로 쓴 빚이 많은 대기업, 수입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은 올해 원화절상폭이 15∼20%선에 달한다고 칠 때 영업외 수익도 그에 거의 비례해서 좋아지게 된다.
예컨대 달러부채가 지난해말 현재 3백여억원이 있던 D사의 경우 국제대두값 인상으로 87년도 영업이익은 크게 줄어든 대신 외환차익이 32억원을 기록, 경상이익 42억원이라는 실적을 거두었다.
즉 장사해서 번 돈보다 환율인하로 갚을 빚이 줄어들어 거기서 번 돈이 3배정도 됐다는 이야기다.
이처럼 외국에서 그동안 달러로 빚을 얻어다 쓴 기업들이 이번에는 환차익이라는 숨은 장사를 통해 재미를 보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말 현재 국내기업중 달러표시 부채가 1천억원이 넘는 회사는 C방적등 모두 20여개에 이르고 있다.
다른 요인을 무시한다고 치면 이들 기업들이 올해 15% 원화절상시 달러부채로 거둬들일 외환차익은 1개회사에 최하 1백50억원에서 최고 2천3백억원정도로 예상된다.
원고로 덕을 보는 기업은 또 음식료·석유화학·제지·화장품등 내수에 치중하는 업종들이다.
이들 업종은 대신경제연구소가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지난해 영업실적을 분석한 결과 순외환차익의 증가액이 식료품은 사당 4억9천만원, 나무·종이 7억4천만원, 석유화학 18억8천만원, 비금속광물 9억7천만원등인 것으로 분석됐다.
내수업종에 못지 않게 원고혜택을 보는 업종은 바로 수입대리점 및 수입상품판매점이다.
원고차익을 누가 차지하느냐는 외국수출업자·국내수입업자·국내판매상·소비자등 4자간의 역학구조에 달려있는데 작년 하반기이후 수입제품의 소비자가격은 별 변동이 없는 실정이다.
예컨대 A사에서 미국으로부터 수입, 국내에 팔고 있는 「아기용 이유식」의 경우 국내 모대형백화점과 공급가격 인하문제를 놓고 지난 5월부터 심한 마찰을 빚은 끝에 판매중단사태까지 이르렀다.
백화점 측에서는 지난해 원화절상분 8%와 관세인하분 5%를 감안, 최소한 10%정도의 가격인하를 요구하고 나섰으나 A사측에서는 『현재 공급되는 제품이 지난해 11월에 들여온 것이기 때문에 값을 내려줄 수 없다』며 『지난해 원산지인 미국에서 제품값이 두차례나 올랐던 것을 계산하면 당분간은 힘들다』고 맞섰던 것.
소비자들이 수입상품을 사러 가보면 실제로 올해들어 가격이 내린 제품은 찾아보기 어렵다.
2년반사이 1달러에 2백40엔대에서 현재 1백20엔대라는 엄청난 엔고를 겪은 일본의 경우를 보면 이같은 엔고이득을 소비자·기업·해외에 공정하게 나눔으로써 내수확대·산업구조조정·기업체질강화등 토대를 굳혔으며 그것이 국제경쟁력을 끄떡없이 유지하고 있는 저력이 되고 있기도 하다. 우리에게는 좋은 타산지석이 될 만하다. <이양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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