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임시전당대회 의미와 진로|「자기혁신」 통한 제2출발 다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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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총선거 패배의 후유증으로 침체상태에 있던 민주당이 12일 전당대회에서 김영삼 총재를 복귀시킴으로써 그의 지도력 속에 조직을 정비하고 새로운 출발을 선언했다.
지난 2월 8일 야권통합을 이루겠다는 명분을 걸고 총재직을 내놓았던 김총재가 3개월만에 복귀함으로써 김대중 평민·김종필 공화당총재가 모두 다시 정치 전면에 나서는 「신 3김 시대」가 열린 셈이다.
이날 전당대회는 김총재의 일선복귀 외에는 대안이 없음을 확인했으나 「극적인 분위기」 속에 정치적 부활을 과시했던 김대중 평민당총재의 복귀에 비해 볼 때 「비장함」마저 서려 있는 분위기였다.
이는 기본적으로 제2야당으로 밀린 현실 판세 속에서 적절한 위치를 찾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이 같은 위축된 위기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김총재는 자기혁신을 통한 「제2의 출발」을 다짐했다. 총선 때 확인한 「고른 지지」를 바탕으로 건전한 중산층으로부터 합리적 진보세력을 포용하는 국민정당의 기반을 확고히 하겠다는 의욕을 표명했다.
특히 「안정 속의 확실한 민주화」를 강조하면서 의회를 벗어난 「과격한 개혁」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양김의 「온건개혁 이미지」 부각 경쟁에서 민주당이 보다 점진적 노선을 취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민주당은 이날 대회를 계기로 독자적인 공간확보를 위한 외형적인 전열은 정비한 셈이나 확실한 위상정립의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에 있다.
우선 평민당에 대해 비교우위로 내세우는 넓은 지지폭과 득표율 우세를 유효하게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이 마땅치 않다.
이를 위해 정책정당으로의 탈바꿈에 전력투구하고 당내민주화를 통해 지지계층의 이탈방지에 주력할 방침이나 소기의 성과를 올리기는 간단치 않다.
지난 총선에서 구태의연한 골수 야당인사들만 당선돼 새바람을 일으킬 눈에 뜨일만한 신진들이 별로 없어 당은 자칫하면 고루한 발상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정국구도가 새로와졌는데도 김총재의 「정치적 감수성」에만 의존해온 체질의 탈피가 쉽지 않은 것 같다는 관측이다.
특히 평민당이 제1야당의 프리미엄을 업고 정치적 공세를 취해올 때 민주당 특유의 컬러를 보이면서 민정당에 대한 「견제와 협력」을 어떤 형태로 취할지가 마땅치 않은 사정이다.
민주당은 이 같은 상황 타개의 출발점을 3야당 중 어느 당도 결정적 우위를 갖지 못하는 「4당 할거」 현상에 둘 것으로 보인다.
현안의 신속한 정치문제화, 「이슈의 선점」을 통해 정국의 주도권을 잡는 「히트 앤드 런」전략을 추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민주악법 개정문제와 광주사태,·5공화국 비리조사에 다른 당보다 일단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것은 이런 측면을 확인해주는 것이다.
또한 정치적 역학구조에서 볼 때 어떤 면에서 지역적으로 한정되고 「과대포장」된 감이 있는 평민당이 곧 한계를 드러내 강경·급진쪽으로 몰고 갈 것으로 판단, 정국을 장기 레이스로 몰고 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시간이 흐르고 정국이 긴박해지면 「안정된 대체세력」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희망적인 관측을 하고 있는 것이다. 평민당이 신속한 승부수를 던지는 과정에서 무리수가 나타날 것이며 어느 당도 독자적인 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민주당의 입지가 상대적으로 돋보일 것이라는 계산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반사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민주당은 정치구도를 그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시킬 정치력을 발휘하지 않으면 안되며 그런 상황에서 김총재는 그의 정치역량을 시험받는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박보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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