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마지막 2.7㎞ 물막이 현장을 가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5면

21일 전북 군산시 옥도면 신시도 새만금 공사 현장. 세찬 바닷바람이 몰아치는 가운데 방조제를 따라 덤프트럭 행렬이 뽀얀 먼지를 일으키며 끝없이 이어졌다. 트럭들은 하나에 3~6t씩 하는 거대한 바위와 돌망태를 바닷물 속으로 쉴새없이 쏟아부었다. 공사장 주변 하늘에는 해경의 헬기 2대와 순시선 10대가 선회하고 있었다. 새만금 공사 반대를 주장하는 어민들의 선박시위 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세계에서 가장 긴 33㎞ 방조제를 잇는 새만금 공사 현장은 이처럼 팽팽한 긴장감 속에 순조롭게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23일까지 예비공사를 거쳐 본격 물막이 공사는 24일 시작된다. 아직 연결되지 않은 2.7㎞(군산 가력도 1.6㎞, 신시도 1.1㎞) 구간의 끝물막이 공사는 세계 간척사업 사상 최대 난공사로 꼽힌다. 새만금 해역의 빠른 물살 때문이다. 여기에다 수심도 최고 50m나 될 정도로 깊다. 1994년 시화 방조제의 경우 수심이 10여m, 조수량은 새만금의 절반인 36억t 정도였지만 기초지반 유실로 물막이 공사가 실패한 적이 있다.

새만금 방조제 개방구간으로 밀물.썰물이 하루 두 차례씩 72억t의 바닷물이 드나든다. 소양댐 저수량(29억t)의 2.5배에 해당한다. 바닷물의 속도는 초당 5m 안팎이지만 공사 진행으로 개방 구간이 병목처럼 좁아지면 초당 7m까지 빨라진다. 이 같은 물길 속도는 80㎏짜리 쌀 200가마(16t)를 순식간에 휩쓸고 갈 정도의 위력이다. 끝막이 공사는 이처럼 빠른 물살을 잡기 위해 바닷물 흐름이 완만한 때를 골라 실시한다. 조수간만의 차가 큰 사리(음력 보름)를 피해 이달 24~29일, 4월 3~13일, 17~24일 등 3단계로 나눠 전진공사를 한다.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는 시점에 물살의 흐름이 완만해지면 덤프트럭과 바지선이 총 동원돼 돌망태.바위 등을 쏟아부으면서 전진하고, 바닷물이 높아지면 대기하면서 유실 방지와 방조제 폭을 넓히는 보강공사를 한다.

끝막이 공사를 위해 동양 최대 규모의 배수갑문도 일제히 열어젖혔다. 새만금 공사 현장에 설치된 배수갑문은 모두 36짝. 부안군 변산면 가력도에 8짝, 군산시 옥도면 신시도에 10짝을 앞.뒤로 달았다. 배수 갑문을 열면 바닷물이 초당 1만6700여t씩 들고날 수 있게 된다. 물길이 갑문 폭만큼 넓어지면서 유속도 10% 정도 떨어지는 효과가 있다.

새만금 방조제 배수 갑문은 한 짝 크기가 폭 30m, 높이 15m로 중국.일본을 포함해 지금까지 동양권에 설치된 것 중 최대 규모다. 무게는 쌀 80㎏짜리 6000가마에 해당하는 464t이나 된다. 이 갑문은 덩치가 커 세 조각으로 분리, 운반한 뒤 현장에서 다시 합체(合體)했다. 운송은 육상에서는 바퀴가 50개 달린 트레일러로, 해상에서는 바지선을 이용했다.

물막이 공사에 투입되는 토석과 건설장비도 어마어마하다. 준비된 토석은 개당 3t짜리 돌망태 27만 개, 3~6t 규모의 암석 90만㎥ 등 15t덤프트럭 21만 대분에 달한다. 현장인력으로 연인원 1만여 명이 동원되고, 건설장비는 매일 덤프트럭 204대, 중장비 79대, 바지선 10대, 예인선 10대 등이 투입된다.

한국농촌공사 새만금사업단의 최용선(48) 소장은 "새만금 유역의 빠른 조류 때문에 물살이 가장 완만한 3~4월을 공사기간으로 잡았다"면서 "이 시기를 놓치면 공사를 1년 뒤로 미룰 수밖에 없고 토석 유실 등 경제적인 손실이 크다"고 말했다.

부안=장대석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