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채식·육식 괜한 논쟁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571호 24면

강재헌의 건강한 먹거리

일러스트=강일구

일러스트=강일구

패스트푸드와 인스턴트식품의 소비가 늘어나면서 비만, 당뇨병, 고지혈증, 심혈관질환 등 만성질환이 급증하고 있다. 이 때문에 건강을 위해 채식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그렇다면 채식은 한국인의 건강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채식에는 모든 종류의 동물성 식품을 금하는 ‘비건’부터 닭·생선·우유·계란 중 일부를 선별적으로 허용하는 방법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예를 들면 우유와 유제품만 허용하거나, 계란만 허용하는 채식도 가능하고, 생선이나 닭고기만 허용하는 경우도 있다.

건강한 채식을 위해서는 식단계획을 잘 세워야 한다. 다양한 식품을 섭취해 영양소가 부족해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제한하는 식품의 수가 증가할수록 영양결핍의 발생 위험은 높아진다.

채식만 할 경우 결핍 가능성이 있는 영양소는 칼슘·비타민 D·비타민 B12·단백질·철분 등이다. 유제품과 뼈째 먹는 생선에 많은 칼슘은 뼈를 만드는 중요한 영양소이므로 섭취가 부족할 경우 골다공증을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채식을 할 때에는 시금치·콩·케일 등을 충분히 먹어야 한다.

동물성 식품에 주로 들어있는 비타민 B12는 빈혈을 예방하는 데 필수적인 영양소다. 채식을 할 때에는 비타민제를 챙겨먹거나 비타민 B12가 강화된 두유 등을 먹어야 한다.

건강한 근육·장기·피부 유지에 필수적인 단백질 결핍을 막기 위해서는 콩·두부 등을 고루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필수아미노산의 결핍을 예방하기 위해서 다양한 단백질 식품들을 고루 먹는 것이 중요하다.

철분이 부족하면 빈혈이 생길 수 있으므로 시금치·깻잎 등의 녹황색 채소와 콩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식물성 식품의 철분 흡수율이 낮다는 점을 고려하여 충분한 양을 섭취하고, 철분 흡수를 돕는 귤·토마토·딸기·양배추 등 비타민C가 풍부한 식품을 같이 챙겨먹으면 좋다.

채식은 고지혈증이나 심혈관질환, 대장암의 발생 위험도 낮추는 등 장점이 있다. 이에 비해 채식을 현명하게 하지 못하면 영양결핍으로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육류를 과잉 섭취하고 채소 섭취를 등한시할 경우, 비만·당뇨병·고지혈증·심혈관질환 등의 위험이 커지지만 적당량의 육류와 함께 채소·생선·곡류 등을 고루 먹을 경우, 영양 결핍의 위험도 거의 없고 건강에 가장 좋은 식단일 수 있다.

채식과 육식 중 어느 식단이 더 건강에 좋은가는 별 의미 없는 논쟁이다. 식품에 대한 기호, 식생활 환경과 여건, 같이 식사를 하는 사람들의 식단·자신의 질병력, 건강수준에 따라 육식 또는 채식을 선택하고, 영양 균형을 맞춰 과잉 또는 과소 영양 섭취를 피하는 방향으로 식사를 하는 것이 최고의 건강 식단이다.

강재헌
인제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