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민정 측 공약에 "이미 계획된 것"|"처녀도 시집갈 때 선 몇 번 본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지난 16일부터 시작된 합동연설회가 24일로 모두 끝났다.
합동유세 마지막 날인 24일에는 서울의 도봉 갑·용산 등 2개 지역을 비롯, 전국 19개 지역에서 열렸다.

<서울>
24일 오후 도봉구 방학국교에서 열린 도봉 갑구 합동유세는 3천여 청중 대다수가「동원부대」여서 인지 열기도「인공적」인 느낌.
첫 번째로 등단한 민주당의 박정태 후보는 민정당 선거운동을 하다 사망한 숭인동 통장에 대해『이는 참으로 슬픈 죽음이니 명복을 빌자』고 서두를 꺼낸 뒤『통·반장이 무슨 죄가 있나. 통·반장을 자신들의 하수인쯤으로 알고 있는 민정당을 혼내 줘야 한다』고 일침.
한겨레당의 조순형 후보는『야권 분열로 수많은 애국시민·학생들의 죽음도 헛되이 민주화를 이루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하고 야권통합을 위해 노력했던 그간의 사정을 역설.
조 후보는 민정당 정권을 공격하면서『사람들은 현정권을 5·5공화국이라 하지만 사사오입하면 6공화국이 되니 나는 5·4공화국이라 부르겠다』고 비아냥.
평민당의 한호상 후보는 다른 후보가 뿌렸다는 비누세트를 들어 보이며『밀가루 대통령이었던 박대통령, 컴퓨터 대통령이었던 노 대통령에 이어 이제는 비누 국회의원이 나오겠다』 고 말해 폭소.
공화당의 신오철 후보는 자신의 연속 낙선에 대해『지난 78년부터 세 번씩이나 사랑의 매를 때려 줘 고맙다』며 동정심을 유발한 뒤『이번에 당선되면 민선 서울시장에 출마해 도봉 구민의 한을 풀어 드리겠다』고 장담.
마지막으로 나선 민정당의 장천석 후보는『오늘 유세가 마지막인데 지금까지 민정당이 많이 두들겨 맞았다』며『툭하면 과거사를 가지고 험담하는 야당의 태도에 유권자들은 이제 식상했다』고 주장한 뒤 장학회 설립 등 공약을 한 무더기 제시.
장 후보의 연설 중 지역의 대부 격인 홍성우 의원(민정)이 청중 속에서 박수를 치는 등 성원.
24일 보광 국교에서 열린 용산구 합동유세에서는 5명의 야당후보가 민정당의 서정화 후보를 일제히 집중성토.
첫 등단한 이부규 후보(정의)는『전두환 정권의 일등공신이 보통시대의 대변자가 될 수 있느냐』며『서 후보는 양의 가죽을 쓴 승냥이』이라고 인신공격.
정무형 후보(한겨레)는『1주일 전에 정치학교수들을 만난 적이 있는데 그들이「서 후보는 되지도 않고 돼서도 안 된다」고 하더라』고 비난.
세 번째로 나온 민정당 서 후보는『내무부장관·차관으로 있을 때 잡아들인 것은 도둑놈·강도뿐이며, 통행금지 해제·장발단속금지는 본인이 장관일 때 시행됐다』고 업적을 강조한 후 군부대 이전 등 10가지 공약을 제시.
그는 새마을 사건은 장관직에서 물러난 후인 83년 4월부터 발생된 것이라며『새마을 신문을 내무부 예산으로 산적이 없다』고 해명.
이어 등단한 김재영 후보(민주)는『서 후보가 내무장관일 때 전경환이 사무총장으로 취임했다』고 새마을사건과 관련이 있는 듯 계속 물고 늘어졌고『소위「용산 마피아」의 대부인 전기환씨에 대한 조사를 당선되면 실시할 것』이라고 약속.
한영애 후보(평민)는『박정희 시대부터 역대정권에 아부해 벼슬을 하다가 이제는 노 대통령에게 아부해 국회의원까지 해먹으려 한다』며『독재자의 편에서 양심을 파는 사람보다 민주화를 위해 실천하는 양심이 필요한 때』라고 역설.
설송웅 후보(공화)는『서 후보가 공약한 군부대 이전은 이미 이전 계획이 확정된 것』이라며 선심공약을 비난.

<충남>
24일 조치원 명동국교에서 열린 대덕-연기 마지막 합동유세는 선거 막바지 여서 인지 각 후보들간에 그 동안의 공방전에서 나타난 약점·강점들에 대한 자기변명, 상대방 인신공격이 튀어나오고 세불 리를 의식한 후보는 읍소 작전을 펴는 등 각양각색.
첫 번째로 등단한 공화당 이인구 후보는 자신이 민정당에 공천신청을 냈다가 탈락한 후 공화당으로 출마한 점에 대해『처녀도 시집가기 전에는 선을 두세 번은 보는 법』이라며『공화당 귀신이 되고 충청도의 귀신이 되기 위해 공화당에 들어갔다』고 변명.
이 후보는 이어『이인구 배짱이 아니면 사업하는 사람이 야당을 선택할 수 있겠느냐』고 「배장」을 강조하곤 김종필 총재를「우리 형님」이라고 부르며『형님께서 나에게 △꼭 당선될 것 △충청도바람을 일으킬 것 △낙후된 충청도개발에 앞장설 것 등 세 가지 임무를 주셨다』며 지지를 호소.
이 후보는 자신의 건설사업과 재력을 과시하면서 △조치원 외곽도로건설 △공설시장 설치△우수고등학교 유치 △도서관·체육관등 문화체육시설 건립 등 여당후보를 무색케 하는 공약을 제시.
이어 등단한 평민당 임창수 후보는 마이크를 잡자마자『이모후보는 공화당에 들어간 게 아니라 공천을 돈주고 샀다』고 공격하고『지방사업공약은 국회의원에 나온 사람이 하는 법이 아닌데 야당으로 나온 사람이하는 거짓 공약에 속지 말라』고 강조.
임 후보는『대덕 군은 곧 없어질 테니 연기사람을 뽑아야 한다』며『국회의원에 당선되면 조치원을 시로 승격시켜 놓겠다』고 이색공약.
한겨레당의 김준회 후보는『허리 굽혀 인사하는 것으론 안 된다』며 땅바닥에서 넓죽 절하고는『이 나라엔 두 가지 독재가 있는데 하나는 총칼을 휘두르는 군사독재요, 다른 하나는 추종자들을 맹신 자들로 만드는 야당 두 김씨 독재』라고 여야를 싸잡아 공격.
민정당 천영성 후보는『나보고 지난 7년간 한일이 없다고 하는데 그건 연기군내를 돌아보지 않고 하는 소리』라고 맞받아 치고 2개의 농공단지와 방직공장 유치 및 각종 다리공사·도로포장 등 업적을 열거.
천 후보는 이어『야당사람들이 새마을비리 등을 공격하면서 전·현직 대통령을 마구 비난한다』며『대통령을 나무에 올려놓고 마구 흔들어서야 되느냐』고 힐난.
마지막 등단자인 민주당 박희부 후보는『먼저 지난 대통령선거 때 야당 단일화를 못해 국민의 염원인 군정 종식을 못시켜 죄송하다』고 인사하곤『이번 선거는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재벌과 서민, 독재와 민주의 싸움』이라고 규정.
박 후보는 이어『선거 때만 되면 내려와서 돈주고 표를 사려는 사람이 어찌 고향 발전을 위해 일할 수 있겠느냐』며『나는 지금까지 해 왔던 것처럼 국회의원이 되더라도 가난한 사람, 불쌍한 사람 곁에서 함께 울고 웃겠다』고 강조. <4면으로 계속>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