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능력 관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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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실학자 안정복이 쓴『임관개요』에는 공직자가 갖춰야 할 세 가지 기본자세를 들고 있다.
근, 졸, 염이 바로 그것이다.『요즘 세속에는 세 종류의 이 배들이 있으니, 첫째는 세 리요, 둘째는 능리며, 세 째는 탐 리다.』
세리란 세도와 권력을 믿고 모든 일을 자기 멋대로 처리하는 관리다.
능리란 권세 있는 자를 섬기며 없는 것을 있도록 하고, 동쪽의 것을 뽑아다 서쪽에 심는 능수 능란한 관리다.
탐리란 교묘하게 명목을 붙여 갖가지 방법으로 백성을 수탈하고 자기에게 유익한 일에만 전념하는 관리다.
따라서 공직자는 권력이 있되 법을 지키며 근신해야 하고(근), 재능이 있되 지나치지 말고 자기 분수를 지켜야 하며(졸), 남의 것을 탐하지 말아야 한다(염).
세리·능리·탐리는 오늘날에도 엄연히 존재한다. 존재할 뿐 아니라 한 사람이 이 모든 것을 다 갖춘 그야말로 전천후, 초능력의 관리까지 등장했다.
어쨌든 그는 막강한 세도가를 등에 업고 불과 1년 사이에 세 번이나 승진을 거듭했고, 드디어「서울공화국」에 입성하여, 그 어려운 자리를 누구의 말도 듣지 않고 4년여 끄떡없이 해냈다. 이것이야말로 세리가 아니고 무엇인가.
그는 좋은 자리에 있을 때 높은 양반의 농장에 길을 닦아주고, 묘목을 무상으로 주었으며, 몇 년 후엔 그것을 거액의 국비로 사들이기도 했다. 이 또한 동의 것을 뽑아다 서쪽에 심은 능리가 아니고 무엇인가.
그뿐 아니라 그는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새마을공사를 하면서 자기 주머니 채울 줄도 알았고, 임야에 아파트공사를 허가해 주고 거액을 챙기기도 했다. 역시 탐리가 아니고 무엇인가.
중국의 사마온공은『돈은 모아서 자손에게 남겨 준다고 해도 그 자손이 반드시 재산을 지키지 못할 것이요, 책을 남겨 준다 해도 그 자손들이 반드시 다 읽지 못할 것이니 차라리 남모르는 동안 음덕을 쌓아 이것으로 자손을 위하는 계책을 세우느니만 못하다』고 했다.
우리네 풍속은 공직과 사직의 구분은 고사하고「세·능·탐」리를 겸하고 있으니 잘못돼도 한참 잘못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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