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현직 행정관 "아내 목 졸라 살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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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17일 승용차 안에서 부부싸움을 벌이다 부인을 목 졸라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청와대 이모(39) 행정관(3급)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행정관은 이날 오전 1시쯤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 자신의 아파트에서 부인 이모(35.열린우리당 사무처 직원)씨와 가정문제로 말다툼을 벌이다 부인을 자신의 카렌스 승용차에 태워 인근의 교회 앞 도로로 나갔다. 두 사람은 차에서 내려서도 계속 언쟁을 벌이다 오전 1시30분쯤 화가 난 부인이 먼저 들어가겠다며 운전석에 오르자 이 행정관은 승용차 뒷자리 문을 열고 따라 들어가 코트 안에 들어 있던 넥타이를 꺼내 부인을 목 졸라 살해했다. 이 행정관은 오전 2시쯤 자택으로 귀가했으며 아침에 청와대로 정상 출근했다. 부인의 시신은 오전 9시쯤 주차단속원 김모(59)씨가 발견했다. 김씨는 "차가 불법 주차돼 있어 이동시키려 했지만 운전자가 고개를 뒤로 젖힌 채 그대로 있고 문을 두드려도 인기척이 없어 경찰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숨진 부인의 목에 상처가 나 있는 점으로 미뤄 타살인 것으로 보고 수사에 착수한 뒤 이날 오후 이 행정관을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하다 범행을 자백받았다. 처음엔 범행을 부인하던 이 행정관은 부인과 함께 아파트를 나갔다가 혼자 맨발로 귀가하는 장면이 잡힌 아파트 엘리베이터의 폐쇄회로(CC)TV 화면을 경찰이 제시하자 범행 일체를 털어놨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부인이 '내가 사 준 신발을 신고 어떻게 한눈을 팔 수가 있느냐'고 다그치자 이 행정관이 홧김에 신발을 벗어 던진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이 행정관과 부인 이씨는 서울 S대 선후배 사이로 학생운동을 할 때부터 사귀어오다 2003년 결혼했다. 전대협에서 활동했던 이 행정관은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후보 캠프에 합류한 뒤 정권인수위 국민참여센터, 청와대 국정상황실 등을 거쳐 최근엔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실 소속으로 근무해 왔다. 숨진 부인은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으로 열린우리당 창당멤버로 사무처에서 일해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행정관이 범행을 자백해 계속 별정직 공무원으로 일하는 게 부적절해진 만큼 바로 직권면직 절차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 행정관이 이날 오후 1시쯤 '급한 일로 조퇴해야겠다'고 보고하고 나갔으며 당시 자세한 사유는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애란.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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