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인도어 불경, 한글로 풀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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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수학교육과에 재학하다 1979년 화엄사에서 출가한 각묵(49.사진) 스님은 팔리어(부처의 말씀을 기록한 고대 인도어) 삼장(율장.경장.논장)을 완역한다는 큰 뜻을 세웠다. 한자로 번역된 경전이 아닌 '날것의 부처'를 알고 싶었다. 89년 인도로 유학을 떠났다. 95년 인도 푸나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받고 팔리어 경장의 초역을 시작했다. 그리고 2006년 '디가 니까야'(초기불전연구원 간행) 완역을 마무리했다. 총 3권, 1900여 쪽의 방대한 작업이다. 유학을 떠난 지 17년 만이다.

'디가 니까야'는 부처의 긴 설법을 집대성한 책. 불교의 큰 틀을 닦은 34개의 경전이 포함됐다. 한 시간 길이로 말한 '중간 크기'의 설법을 모은 '맛지마 니까야', 주제별 가르침을 엮은 '쌍윳따 니까야'에 비해 우주.인간.윤회.역사.깨달음 등을 상세하게 일러준다. 일본에선 '장부(長部)'라고 옮겼다.

각묵 스님은 "'디가 니까야'는 '대화의 정수'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부처가 듣는 사람의 이해, 지식, 기질 등에 따라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 설법을 했다는 것. '디가 니까야'의 요체는 '계(계율).정(선정).혜(지혜)' 3학이다. 부처는 "성자는 태생.계급이 아니라 자신의 도덕성(계)과 깊고 평화로운 인품(정)과 투철한 통찰(혜)에 의해 실현된다"고 가르친다.

각묵 스님은 "부처의 말씀을 우리의 언어와 사유체계로 접할 수 있다는 게 이번 완역의 의의"라며 "목숨이 붙어 있을 때까지 팔리어 삼장을 번역하겠다"고 말했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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