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산 위기에 빠진 챔프그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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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판매전문회사로 출발해 14개의 중소기업체와 문화단체까지 산하에 거느리면서 「꿈」을 부풀려온 챔프그룹이 도산, 해체위기에 빠졌다.
지난 18일 챔프통상이 상업은행 세운지점에서 3천72만원의 부도를 낸데 이어 챔프정수와 그룹회장 유창렬씨 개인어음이 잇달아 부도난 것이다. 부도액은 줄잡아 20억원이 넘는다. 창업 2년만에 연외형 1백20억원의 미니그룹으로 급성장한 캠프의 드라마는 일단 그 막을 내리게 된 셈이다.
(주)챔프통상, (주)챔프물산, (주)챔프레포츠, (주)챔프정수, (주)챔프두오존, (주)챔프어패럴, (주)챔프특수강, (주)챔프개발, (주)챔프기획, 한백광학, 한백전자, 챔프예술마당, 한백프러덕션, 챔프실업축구단 등 14개의 회사 및 문화단체를 거느린 챔프그룹의 대표이사 회장 유창렬씨(44)는 그 동안 기업 자체보다 시골총각 장가보내주기 운동·미아찾기 운동·고아들을 위한 사랑의 창구·위문공연·연극후원 등 사회문화활동과 금연수당·효친수당·출근수당·전과자채용·사원지주제실시 등 독특한 경영스타일로 화제를 모은 인물.
「인간 승리자들의 모임」을 만들겠다는 야망을 품고 86년 1월20일 자본금 1백만원으로 창업, 그룹 회장이 되기까지 입지전적인 얘기들로 점철된 고아출신의 무학력자 유회장은 회사가 도산하자 20일 서울 여의도 신한빌딩 3층 회장실을 떠나 잠적해버렸다. 1백60여명의 그룹 본부사원들도 사무실을 비워달라는 빌딩주의 독촉에 인근에 있는 여의도백화점 6층 챔프예술마당으로 사무집기를 옮겨놓은 채 거리로 쫓겨났다.
유회장 측근의 얘기를 종합하면 유회장이 세일즈맨 출신으로 판매만 알지 경리·인사를 잘 몰라 부하직원들에게 경영관리를 맡겨놓은 게 화근이었다는 것이다. 관리담당상무를 비롯, 경리직원들이 회장 결재도 없이 어음을 남발하거나 예금에서 돈을 찾아 쓰는 바람에 흑자도산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또 다른 쪽 얘기로는 유회장이 돈도 없이 무턱대고 사업을 확장, 가뜩이나 치열한 판매경쟁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이 그룹 주요상품인 정수기·TV보안기도 판매가 부진, 현금이 돌지 않아 운영난에 빠진 것이라고 한다.
피해를 본 채권자들은 20일 채권단을 구성해 빚 상환에 나섰으나 이 그룹이 회생할지는 미지수.
TV보안기를 만들어 공급하던 한백광학이 물건공급을 끊고 챔프그룹을 떠나겠다고 나섰고 스테인리스 주름관의 공급선인 동아종합산업도 계약을 파기, 챔프특수강은 간판도 걸기 전에 문을 닫았다.
1백60명의 사원들은 사표를 내 밀린 월급·퇴직금 확보에 나섰으나 「아버지처럼 알고 존경한 유회장님」이 잠적해버려 길 잃은 천사가 되고만 셈이다.
그러나 유회장은 『나는 죽지 않았다. 3년 지나면 모두 해결된다』면서 아직도 회생의 의지를 버리지 않고 있다고 측근은 전한다. <방인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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