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천막당사 헝그리정신 잊지 말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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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손학규 경기도지사가 연일 파상 공세를 펼치고 있다. 당내 대선후보 경쟁자인 이명박 서울시장과 박근혜 대표가 그 타깃이다. 손 지사는 16일 한나라당 중앙위 포럼에서 '21세기 국가전략과 한나라당의 비전'이란 강연을 통해 박 대표 체제의 한나라당을 향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손 지사는 "2년 전 3월 24일 한나라당은 천막당사로 들어갔다"며 "그때의 헝그리 정신을 잊어선 안 된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잘나갈 때 자기 자신을 되돌아볼 줄 알아야 한다"며 "5.31 지방선거에서 '깃발만 들면 다 된다'는 생각으로 교만해지고 안이해지지 않았나를 겸허하게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연희 전 사무총장의 성추행 사건과 관련, 손 지사는 "최 의원 성추행 사건을 한나라당이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4당이 사퇴 권고안을 내는 상황이 된 것을 크게 반성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그는 "다음 집권을 위해선 한나라당이 변해야 한다"며 "남북협력을 미래지향적으로 이끌고, 서민생활에 적극적으로 책임지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도 했다.

손 지사는 방미 중인 이 시장에 대해서도 날 선 비판을 했다. "나라를 위해 몸을 바치겠다는 사람은 돈에 대한 관심을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 실명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이 시장을 겨냥한 것이다. 그는 전날에도 "돈 없는 사람이 정치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이 시장의 발언을 정면으로 맞받아쳤다. 이 시장.박 대표를 번갈아 공격하는 손 지사의 행보를 놓고 당 안팎에선 "두 사람에 비해 여론조사 지지율이 낮은 손 지사가 본격적인 '격차 좁히기'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손 지사의 한 측근은 "도정(道政)에 전념해 온 지금까지와 달리 '손학규'식 정치개혁의 비전을 과감히 내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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