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불안과 흥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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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바스락 소리가 들리는 순간, 중추신경은 긴장에 쌓인다. 위험이 다가오고 있다는 경고 신호다. 따라서 우리 신체는 위험에 대한 준비를 해야한다. 싸우거나 달아날 준비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선 팔 다리 근육에 힘을 많이 보내야 한다. 너무 넘쳐 떨리기도 한다. 물론 이것만으로는 싸움에 이길 수 없다. 눈을 크게 떠서 적의 동태를 예의 주시해야 한다. 이빨을 갈며 공격 심을 자극해야한다. 호흡도 가빠진다.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혈액순환이 왕성해진다.
이런 준비가 진행되는 동안 내장기관들은 상대적으로 위축된다. 싸울 때는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대신 거기 보내던 혈류를 팔 다리로 보내야 한다. 혈중 당분도 증가한다…. 비상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이런 일련의 반응들은 거의 연쇄적으로 동시에 일어난다. 이것은 주로 교감신경의 흥분과 아드레날린의 분비로 이루어진다.
불안할 때면 누구나 느껴 본 증상들이다. 이것은 신체의 일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고 온몸에 일어나는 전신 반응이라는 게 특징이다.
순간의 불안이 천파, 만파의 연쇄작용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런 모든 것들이 불안 증상이긴 하지만 이 자체가 곧 병은 아니다. 문제는 별스럽지도 않은 하찮은 일에도 이런 반응이 만성적으로 일어나는데 있다. 이쯤 되면 당하는 본인으로서는 상당히 괴롭다. 그리고 이런 불안증상이 장기간 계속되면 신체에도 여러 가지 이상이 생기게 된다.
이게 소위 「신경성」으로 통칭되는 신경성질환의 원인이다. 불안의 부산물인 셈이다.
그러나 여기서 유념해야 할 점은 이런 증상들이 불안할 때뿐 아니라 우리가 좋아서 흥분할 때, 신나는 놀이나 운동을 할 때도 똑같이 일어난다는 사실이다. 이 구별이 쉽지 않다. 정반대의 정신상황인데도 나타나는 현상은 비슷하다. 분명히 다르게 나타나야할 일인데도 왜 비슷하게 일어나는지, 조물주의 불가사의다.
어쨌거나 결론은 이 구별을 확실히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걸 잘못하면 엉뚱한 불행이 오기 때문이다. 이상한 일은 우리주변에는 그런 사람이 적지 않다. 소심증이 대표적인 경우다. 이들은 작은 일에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손발이 떨린다. 하찮은 일에도 불안에 시달리다 보니 흥분에서 오는 정상적인 반응까지도 불안으로 착각한다. 애인을 만날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뛴다. 즐거운 흥분이다.
그러나 소심 불안증은 그게 아니다. 아이구, 또 불안이 오는구나, 지레 겁을 먹는다. 데이트의 즐거운 흥분을 병적인 불안으로 착각, 고민한다. 이게 두려워 데이트 한번 못하는 숫나기도 의외로 많다.
같으면서 같지 않은 게 불안과 흥분이다. 불안은 병이고 신나는 흥분은 약이 된다. 가슴이 뛴다고 다 불안이 아니다. 떨린다고 다 불안이 아니다. 어떤 경우에도 이 구별은 분명해야 한다. 흥분에 따르는 정상적 반응까지 불안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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