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 두 번이나 인터뷰한 테니스 전설…페더러와 4강전 예측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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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호주오픈 16강 경기 직후 정현(왼쪽)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짐 쿠리어. 그는 호주오픈을 2번이나 재패한 테니스의 전설 중 하나다.[멜버른 AP=연합뉴스]

지난 22일 호주오픈 16강 경기 직후 정현(왼쪽)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짐 쿠리어. 그는 호주오픈을 2번이나 재패한 테니스의 전설 중 하나다.[멜버른 AP=연합뉴스]

메이저 대회 4강 신화를 이룬 정현(22·세계랭킹 58위)이 26일 오후 5시30분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남자 단식 4강전에서 ‘황제’ 로저 페더러(37·스위스·2위)를 상대로 기적 같은 승리에 도전한다.

왕년의 테니스 전설들도 이 대결에 큰 관심을 보인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전 세계랭킹 1위 짐 쿠리어(48·미국·은퇴)다.

쿠리어는 1990년대 호주오픈과 프랑스오픈에서 각각 2회씩 우승한 테니스의 살아있는 전설 중 하나다. 무엇보다 이번 호주오픈에서 장내 아나운서를 맡으며 정현의 플레이를 가까이서 지켜봤다. 노박 조코비치와의 16강전, 테니스 샌드그렌과의 8강전이 끝난 직후 정현과 장내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정현은 페더러의 백핸드에 고전할 것”이라며 “그의 백핸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가 문제다. 페더러는 그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 상대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페더러와 정현 모두 백핸드에 강점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 받는다. 차이는 정현이 투핸드 백핸드를 구사하는 데 반해 페더러는 한 손 백핸드를 친다는 점이다.

페더러의 한 손 백핸드는 그 자체가 명품이다. 양손 백핸드보다 훨씬 날카로운 샷을 구사하는 것은 물론 파워 면에서 절대 뒤지지 않는다. 4강에서도 페더러의 백핸드는 정현을 괴롭힐 최고의 무기가 될 전망이다.

쿠리어는 “정현은 첫 그랜드슬램 4강에서 페더러와 처음 만난다. 이번 대회에서 경험하지 못한 다른 수준의 샷을 보게 될 것”이라며 경험에서 오는 차이가 경기력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 세계랭킹 1위 존 매켄로(59·미국·은퇴) 역시 정현이 앞으로 그랜드슬램에서 우승할 수 있는 재능을 가졌다고 칭찬하면서도 이번 대결에서는 페더러의 완승을 점쳤다. 매켄로는 “정현이 한 세트라도 이기면 놀라운 일이다. 그가 상황에 압도당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페더러는 엄청난 서브를 앞세워 많은 득점을 올리고 정현에게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전설 마츠 빌란더(54·스웨덴·은퇴)도 “정현은 점수를 올리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정현은 페더러와 맞서 싸울 수 있는 상대는 아닌 것 같다. 페더러는 다양한 무기와 방법들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승부는 알 수 없다. 정현은 지금까지 보여준 결과만으로도 충분히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이젠 앞선 경기처럼 자신을 향한 팬들의 관심을 즐기며 자신감 있게 플레이하면 된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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