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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매니어가 말하는 한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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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 메라즈 콰다
2002 월드컵 감동

LA 국제공항의 안내원인 파키스탄계 메라즈 콰다는 한국인들을 만나면 꼭 "안녕하세요"라고 한국말로 인사한다. 그는 2002년 월드컵을 계기로 한국 사랑에 빠졌다. 한국 선수들의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끈기, 그리고 응원 열기가 그를 한국 매니어로 만든 것이다. "한국과 독일 간의 준결승전 때였습니다. 한국이 졌지만 오히려 독일 선수들이 패자 같더군요. 독일 선수들은 모두 지쳐서 힘이 하나도 없어 보였습니다.한국 팀이 정말 대단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남북 관계 현황서부터 한국의 유명 연예인들의 이름까지 줄줄 꿰고 있다. 직장 동료들을 상대로 한국 알리기에도 열심이다. "제 동료인 백인 친구도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됐죠. 중앙일보가 주최하는 한류 축제에 출연하기 위해 한국 연예인들이 공항에 도착했을 때도 그 친구에게 '한국은 물론 아시아권에서 유명한 스타들'이라고 귀띔해 줬습니다"고 그는 덧붙였다.

제러미 로던백
홍상수 감독의 팬

"한국 영화를 볼 수 있는 영화관이나 DVD 대여점을 더 늘려 주세요." 한국 영화에 푹 빠진 제러미 로던백의 간곡한 부탁이다. 그는 현재 LA에서 발행되는 과학전문 잡지'얼고노믹스 인 디자인'의 편집국장으로 재직 중이다. 처음 한국 영화와 인연을 맺은 것은 2년 전 그의 단골 DVD 대여점에 세계 각국의 영화를 모아놓은 코너를 돌아본 곳이 계기가 됐다. "DVD 대여점에 갔는데 해외 영화 코너가 생겼더군요. 호기심에 이것저것 살펴봤는데 한국 영화가 제일 눈에 띄더라고요." 최근 2년간 그가 본 한국 영화만 20여 편에 이른다. 그중에서도 임권택 감독의'춘향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단다. 그는 "춘향뎐은 한국적인 모습을 가장 잘 표현한 영화로 특히 촬영지에 꼭 가보고 싶을 만큼 배경이 아름다웠다"고 했다. 영화 잡지를 만드는 게 꿈이라는 그는 "창간호에는 내가 좋아하는 한국 영화감독인 홍상수씨나 김기덕씨의 인터뷰 기사를 꼭 싣고 싶다"고 말했다.

마이클 리조
한국 문화재에 매료

60대의 백인 마이클 리조는 한국이 좋아 한인타운으로 이사 온 골수'한국 팬'이다. 자신의 한국명인'민수'라고 불러 달라는 그는 현재 LA 한인타운에 있는 세인트 제임스 매너 시니어 아파트에 살고 있다. 이 아파트의 거주자 중 90% 이상이 한인 노인들이다. 그는 "10년 전 비를 피해 우연히 한국 문화원에 들어갔다가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며 "그 후 한국은 내게 특별한 나라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LA한국문화원에 전시된 한국 문화재들을 소개하는'도슨레드 투어'의 자원봉사자로 일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미술사 강좌에도 등록해 한국 역사와 문화에 대한 지식도 넓혀가고 있다. 그는"고구려.백제.신라의 문화재들을 보면 그 아름다움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며 "오랜 역사를 가진 나라인 만큼 배울 것도 많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왜 그렇게 한국 문화가 좋으냐는 질문에 그는 "나도 모르겠다. 이상하게 빠져드는 매력이 있다"고 했다.

로스앤젤레스=LA지사 박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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