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상생경영] 중기 알짜기술 - 대기업 영업력 '윈 - 윈 만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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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가 경기도 이천공장에서 실시한 품질관리 교육에서 협력업체 직원들이 강의를 듣고 있다.

CJ는 지난해 출시한 '백설 황금참기름'을 최고 히트상품으로 꼽는다. 이 제품은 10년 넘게 신제품이 나오지 않았던 참기름 시장에서 출시 2개월 만에 1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이 제품은 CJ에서 개발한 게 아니다. 유맥스라는 중소 식품제조업체에서 만든 것이다. CJ는 유맥스와 판매 제휴로 '백설' 브랜드로 판매를 하고 있을 뿐이다.

참기름 업계에선 빛깔을 보고 참기름 품질을 판단하는 소비자들이 많기 때문에 맛을 유지하면서도 색감까지 좋게 하는 게 큰 숙제였다. 유맥스는 참깨에서 특정 성분만 고순도로 추출해 내는 기술을 개발, 이를 해결했다. 참깨를 압착해 기름을 짜내는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아무리 다르게 응용해도 불가능하던 일이었다. 숟가락 위에 부었을 때 맛깔스러운 황금빛이 진하고 다른 제품에 비해 고소한 맛이 강한 참기름이 나오게 된 것이다. 이 업체는 개발 단계부터 CJ와 접촉해 판매 관련 자문을 했다. CJ가 보기에도 유맥스가 가지고 있는 기술은 대단한 것이었다. 특히 CJ는 참기름 시장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프리미엄 제품을 내놓을 필요성을 느끼고 있던 터였다. 이런 양 쪽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대기업-중소기업 합작품인 백설 황금참기름이 빛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CJ는 유맥스의 경우처럼 영업력이 약한 중소 식품기업과 판매.마케팅 제휴를 해 상생을 도모하고 있다.

정준길 CJ 전략구매실장은 "앞으로 식품분야에서 이러한 '윈-윈' 사례는 더 많이 생겨날 것"이라고 말한다. 홈쇼핑.인터넷쇼핑몰 등 판로가 다양해지면서 식품업체로선 다양한 상품을 내놔야 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높아진 소비자의 품질 기대수준을 맞추는 작업도 병행해야 한다. 대기업이 큰 몸집을 직접 움직여 가며 일일이 대응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중소기업과 협력이 불가피한 것이다.

CJ는 중소 협력업체에 대한 교육과 노하우 전수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식품 산업은 소비자 신뢰가 생명이기 때문에 협력업체 관리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CJ는 중소 협력업체 65개를 대상으로 교육을 했다. 또 CJ는 지난해 마케팅.포장개발.생산.연구소 등 모든 부서 임직원들을 총동원, 중소 협력업체 현장을 둘러보게 하면서 ▶품질 경영▶제조물책임법▶식품 안전 등의 노하우를 전하도록 했다. 협력 관계 개선 방안을 찾는 것도 함께 이뤄졌다. CJ는 이 행사 이후 협력사에 대한 경쟁력 강화 방안과 협력관계 개선책 등을 내놓기도 했다.

CJ의 다른 계열사들은 최근 결제 조건을 개선했다. CJ시스템즈는 운영 업무를 맡고 있는 협력업체엔 당월 현금 결제를, 개발 협력업체엔 고객 결제 조건과 관계없이 익월 현금 결제를 원칙으로 '협력업체 결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CJ홈쇼핑도 우수 협력업체에 대해선 30일 간격으로 지급되는 대금 결제를 10일, 20일로 앞당겨 해주고 있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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