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스타의 병역특례, 국민설득이 필요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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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요계 관계자들과 국회의원이 함께 한 '한국연예음악산업 및 한류 발전을 위한 간담회'에서 가요 관계자들이 한류스타도 병역특례 대상자가 돼야 한다고 주장해 네티즌들이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가요계의 이날 발언의 요지는 올림픽이나 각종 국제대회에서 입상한 체육선수 외에도 세계 유명 콩쿠르에서 입상한 문화예술인에게도 이 같은 특례가 주어지고 있어, 해외에서 활약하는 대중문화인들에게도 이런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해외에서 대중문화를 통해 한국에 대한 이미지 개선과 호감도 상승에 크게 기여하는 한류스타도 '국위선양'이라는 대명제를 놓고 보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체육선수 못지않다는 것은 누구나 다 인정하는 사실. 그러나 왜 네티즌은 한류스타의 병역특례 발언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것일까.

한류스타들의 병역특례를 위해서는 몇 가지 문제에 대해서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우선 병역문제에 민감한 국민 정서가 문제다. 네티즌들이 한류스타와 체육선수를 다르게 보는 이유는, 체육선수들은 올림픽에서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한류스타들은 해외공연 등을 통해 자신의 수입을 올리지만 체육선수는 그렇지 않다는 것. 네티즌들이 '해외에서 자기 돈 버는데, 병역특례까지 준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 그렇다면 외화를 벌어들이는 수많은 수출기업에도 병역특례를 줘야하나'고 반감을 드러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한 병역특례를 받게 된다면 병역특례를 받을 수 있는 한류스타는 과연 어느 정도의 국위를 선양해야 되는지 그 기준이 모호하다.

가수의 경우에는 콘서트에서 어느 정도의 관객수를 채워야 되는지, 음반을 얼마의 기간 동안 몇 장 이상 팔아야 한류스타가 될 수 있을까. 연기자의 경우, 드라마나 영화가 해외 몇 개국에서 방영 또는 개봉돼야 하는지, 시청률은 또 몇 %이상, 관객수는 얼마를 기록해야 한류스타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만약 총수입액으로 병역특례를 받을 수 있는 한류스타를 규정한다면 국민 반감은 더욱 커질 것이다.

물론, 이날 가요 관계자들은 투쟁을 통해서라도 반드시 병역특례를 쟁취해내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것은 아니다. 정부 측에 한국의 연예음악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몇 가지 건의사항을 이야기하다 나온 한 가지일 뿐이다. 즉 단수여권 등 여러 가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해외에 한국의 우수한 대중문화를 전하고 있는 가요계의 현실을 알아달라는 차원에서 한 발언이다.

그러나 기왕 한류스타의 병역특례 발언이 나왔고, 네티즌들도 이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만큼 이 문제는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높은 인기를 누리는 연예인들에게 일반 대중과는 다른 특별한 혜택이 주어지면 반발감이 심해지는 우리 정서상 국민설득 없이 병역특례제도가 마련된다면 수많은 한류스타들이 안티로 상처를 받게 될 것이다. '국민 여동생' 문근영도 수시 합격했다는 이유로 순식간에 수많은 안티가 생겼다. 문근영이 실제로 입학자격을 충분히 갖춰 합격했는지 따져보지도 않고서도 말이다.

국위선양 차원에서 한류스타에게 병역에 관한 어떤 조치는 분명히 필요하다고 본다. 이를테면 입대를 앞두고 있더라도 목적이 분명한 출국에는 허락을 해야 하고 여권도 해외에 나갈 때마다 발급받아야 하는 단수여권보다는 복수여권을 지급해야 한다. 최근 군미필자 한류스타들의 잦은 출국으로 정부 측도 이 같은 협조는 하고 있으나, 댄서 등 꼭 동행해야 하는 스태프에 대한 배려는 아직 마련되지 못한 상황이다.

가요관계자들의 '한류스타의 병역특례' 발언에 대해 기자는 연예관계자들과 정부 관계자들에게 이런 제안을 하고 싶다.

한류스타들이 군대에 가서도 국위를 선양할 수 있는 한류 이벤트에는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 군입대한 체육인들이 상무팀에서 활약하는 것처럼 말이다. 연예인들이 군입대를 자꾸 미루는 이유도 어차피 '군 생활' 자체가 싫은 게 아니라 '연예활동 중단'이기 때문이다.

<사진설명=아시아 가수 최초로 미국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단독공연을 벌인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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