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의 남자들' 술렁… 이기우 교육 차관은 거취 표명 안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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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6시40분 이 총리는 청사를 나섰다. 최근 며칠 동안에 비해 한결 가벼운 표정이었다. 이 총리는 곧바로 시내 모 음식점으로 이동했다. 총리실 간부들과 저녁을 먹기 위해서다.

이 총리는 이날 오전 마지막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말미에 "오랫동안 도와줘 여러 가지로 감사합니다"면서 사실상 작별 인사를 했다.

총리실은 이날 오후 15일 오전 11시로 예정된 상공의 날 기념식 등 이 총리의 이번 주 대외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이 총리가 대통령을 만나고 돌아온 직후였다. 총리실 관계자들은 "대통령이 생각할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며칠간의 말미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오후 5시쯤 사의 수용 소식이 전해지자 "그렇게 빨리…"라며 당황스러워했다. 일부 여직원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총리의 거취가 정해진 이후 총리실은 술렁거렸다. 직원들의 관심은 이 총리와 함께 총리실로 입성한 보좌진으로 쏠렸다. 이 총리가 취임 후 국무총리실 비서실을 개편하며 "함께 들어온 정무직은 나의 임기 종료와 함께 총리실을 떠난다"는 원칙을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이 총리의 사람들은 주로 비서실에 포진해 있다. 비서진을 포함하면 많게는 20여 명의 보좌진이 이 총리의 사람으로 분류된다.

그들은 대부분 이 총리가 당과 교육부, 서울시에서 일할 때 인연을 맺은 사람이다. 공석인 비서실장 역할도 겸해온 임재오 정무수석은 1995년 이 총리가 서울시 정무부시장 때 서울시 기획과장으로 일한 인연으로 발탁됐다. 총리의 입 이강진 공보수석은 이 총리의 의원 보좌관 출신이다. 열린우리당 광주시지부 상임부지부장을 지낸 송선태(정부1) 비서관, 임채정 의원 보좌관 출신인 황창화(정무 2),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인 정윤재(민정2) 비서관 등은 40대의 젊은 나이에도 2급 자리에 영입됐다.

열린우리당 선거대책본부 조직본부장 출신인 홍영표(시민사회), 당 중앙위원인 김희갑(정무 3) 비서관도 측근 인사라는 비판을 감수하며 임명한 젊은 비서관이다. 이들 외에 열린우리당에서 총리실로 들어온 과장급 인사도 10여 명에 이른다. 이들 중 상당수가 총리실을 떠날 전망이다. 이 공보수석은 "나는 총리와 함께 나가겠지만 나머지 비서관은 다른 경우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총리와 골프를 함께 친 이기우 교육부 차관은 아직 거취 표명을 하지 않았다. 이날도 평상시처럼 보고를 받고 회의를 주재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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