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대회장의「5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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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2일 오후4시, 서울 등촌동 강서예식장에서 열린 민정당 양천갑 지구당(위원장 박범진)창당대회에서는 엉뚱하게도 운동권학생들의 애창곡이 울려 퍼져 눈길을 모았다.
『5월 그날이 다시 오면 우리 가슴에 붉은 피 솟네…』
지난 7년간 대학가 시위현장에서 목이 터져라 불러지던「5월가」.
이날 노래를 부르며 대회장열기를 고조시키는「분위기메이커」들은 1백50여명의 대학생들. 아르바이트 겸「박범진 후보 청년자원봉사단」으로 참석해 엉뚱하게(?)「5월가」를 열창했다.
학생들이 처음에는 어색한 듯 서로 눈치를 보며 구호제창 등 자발적인 봉사(?)에 꽁무니를 뺐다.
「누가 서민의 고통을 알겠는가…박범진」등의 피켓을 흔들어대면서도 서로 쳐다보며 쑥스럽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러던 중 누군가의 입에서「5월…」이 터져 나오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함께 합창했다. 갑자기 분위기가 고조되자 청년당원들도「광주시민의 5월 항쟁」을 기리는 이 노래의 의미를 아는지 모르는지 덩달아 합세해 여당지구당창당대회장의 분위기는 묘하게 뒤바뀌었다.
같은 시간,「현대그룹노조탄압규탄 및 구속노동자석방촉구 전국노동자결의대회」가 열린 연세대 노천극장. 이 대회에 참석한 대학생과 근로자 등 5천여 명도「5월가」「님을 위한 행진곡」등을 한 목소리로 불렀다.
대회가 끝난 하오5시, 대학생과 근로자들은 교문 앞 신촌로터리까지 진출, 경찰의 최루탄공세에 화염병 투척으로 맞서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거의 비슷한 시간, 이태원 술집골목. 민정당 대회에서「5월가」를 열창했던 대학생 5∼6명이 생맥주로 마른 목을 축이고 있었다.
『아르바이트에 좋고 나쁘고가 어디 있습니까. 대학은 다양하니까요.』<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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