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영어교육 디즈니랜드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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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본사 초청 파주 영어 마을 행사에 참가한 초등학생들이 경찰로 분장한 외국인 교사와 대화하며 가상 입국 절차를 밟고 있다. 변선구 기자

#1. "This year World Cup will be held in Germany(올 월드컵은 독일에서 열린다)."

미국인 교사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30여 명의 아이와 어른이 동그라미(○) 표시가 있는 쪽으로 움직였다. 다들 밝은 표정이었다. "The president of Korea is George Bush(한국의 대통령은 조시 부시다)."란 다음 코멘트를 듣자 우르르 가위(X) 표 쪽으로 몰려갔다. 영어 퀴즈쇼였다.

#2. "과학자가 되고 싶은데 교사가 될 거라고 했어요."

경기도 용인시에서 온 김한주(11)군이 씩씩거렸다. 김군 옆에선 한 외국인 여성 점쟁이가 좌판을 펼쳐놓고 영어로 아이들에게 생일을 묻고 있다. 그리곤 한 아이에겐 훌륭한 댄서가, 다른 아이에겐 위대한 배우가 될 것이라고'예언'했다. 그때마다 둘러선 30여 명의 학생은 웃음보를 터뜨렸다. 잠시 뒤 김군이 점쟁이에게 다가가 말했다. "I want to be a scientist(난 과학자가 될 거예요)."

11일 오후 경기도 파주에 있는 '경기 영어마을'파주캠프에서 벌어진 광경이다. 중앙일보 초청으로 초등학생과 학부모 500여 명이 다음 달 1일 정식 개관을 앞둔 파주캠프를 무료로 체험했다. 3월 중 여섯 차례에 걸쳐 3000여 명이 체험행사에 참가한다. 신청자만 3만 명을 넘어섰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국내 최대 규모인 파주캠프의 시청.우체국.경찰서.출입국관리소.공연장 등 유럽풍 건물을 드나들며 원어민 교사들과 대화를 나눴다. 로봇이나 쿠키, 티셔츠를 만들기도 했다. 원어민 교사 100여 명이 다양한 상황 속에서 이들을 반겼다. 참가자들은 영어로만 대화를 나눴다.

김은주(38.서울 중계동)씨는 "캠프가 마무리 공사 중인 걸 보고 처음엔 괜히 왔다 싶었는데 프로그램이 다양해 너무 재미있다"고 말했다. 장혜님(38.수원시)씨도 "아들을 어학연수 보낼 게 아니라 이곳에 한 달가량 보내 영어를 익히게 하는 편이 더 효과적일 것 같다"고 했다. 학부모들은 "웬만한 대학 캠퍼스보다 크다"며 이국적인 분위기에 푹 빠졌다.

원어민 교사의 각오도 남달랐다. 해적 복장을 하고 노래 공연을 한 미국인 글렌은 "1년간 한국에서 아이들을 가르친 경험을 살려 아이들의 회화실력을 향상시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제프리 존스 파주캠프 원장은 "파주캠프를 영어교육의 디즈니랜드로 만들고 싶다"며 "외국인에 대한 학생들의 거부감을 없애고 글로벌 마인드를 갖추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파주=고정애 기자<ockham@joongang.co.kr>
사진=변선구 기자 <sunni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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