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아줌마] 여자는 핸드백·구두에 약하다 … 왜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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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집에 고이 모셔두고 있는 것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사게 되는 특정 물건이 있다. 내 경우엔 청바지가 그렇다. 도대체 몇 벌이나 가지고 있는 건지 계산도 안 된다.

여성들에겐 핸드백과 구두가 대표적인 아이템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구두만 수천 켤레를 소장하고 있었다는 마르코스 전 필리핀 대통령 부인 이멜다가 아니더라도 "집에 구두가 너무 많아 이사라도 가야겠어요. 보관할 곳이 없다니까"라고 말하는 여성이 있을 정도다.

도대체 왜 핸드백과 구두는 여성들의 로망이 되었을까?

우선 옷으로는 더 이상 다른 여성과 차별화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복고풍이란 말이 있는 것처럼 의상의 유행은 돌고 도는 실정이다. 이에 비해 핸드백을 보면 그 소재와 모양이 무궁무진함을 알 수 있다. 몸에 걸치는 것이 아닌 손에 드는 것이라서 끈 하나만 유지하면 나머지는 그만큼 자유로운 디자인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소재도 소가죽.뱀가죽.악어가죽.데님.플라스틱 등 다양함을 자랑한다.

핸드백은 또 여성들에게 손쉬운 변신의 기회를 제공한다. 당신이 직장 여성이라면 퇴근 후 저녁 모임을 위해 옷을 갈아입을 수도 없는 처지다. 그렇지만 노트북 가방에서 멋진 핸드백으로 바꿔만 줘도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옷보다 투자 대비 효과가 크다. 루이뷔통을 비롯해 구찌 등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의 공통점은 대부분 핸드백이나 구두로 사업을 시작해 의류까지 생산하는 토털 패션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이런 업체의 가방은 어디 제품인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물론 업체들의 마케팅 때문이기도 하지만 소위 말해 '돈 쓴 티가 은은하게 난다'는 말이다.

구두도 마찬가지다. 미국 드라마 '섹스 & 시티'의 캐리로 대표되는 구두 매니어. 사실 구두는 가방보다 가격이 저렴하다. 그럼에도 구두 앞코만 봐도 가방만큼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확실하게 알 수 있다. 그래서인지 해외 유명 브랜드의 구두 디자인을 카피해 파는 동대문시장의 구두를 보면 전체를 베끼기보다 구두 앞코만 본뜨는 경우가 많다.

핸드백과 구두는 또 의상보다 유행 주기도 짧고 동시다발적이다. 패션의 완성은 액세서리라고 했다. 그렇지만 웨지힐과 악어 가죽 가방에서 앵클 스트랩 슈즈와 바게트 백까지, 완성의 길은 멀기만 하다.

조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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